나에 관하여

임마누엘 한인교회에 가다

그을곰 2008. 9. 10. 07:23


조금 암울한 포스팅만 해서
블로그 분위기가 한껏 가라앉아주었다.
그래서 요즘 가장 즐거웠고 행복했던 일인 '교회'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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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은 이곳 스웨덴에 와서 처음으로 교회를 갔다.
교회에 그동안 가지 못했던 것은
학교에서 일요일동안 스케쥴이 자주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돈'과 '아는 교회가 없다', 그리고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점점 사나워 지고 피폐해지는 나를 발견하였다.
아무리 봐도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는 행동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신앙은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인데,
너무나 오랫동안 믿는 사람들과의 교제를 중지하고 있었다.
 
비록 인터넷 예배를 드리기는 했지만, 그것은 예배라고 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냥 혼자 말씀을 듣고 끝내는 말그대로 인터넷 강의같은 것으로
교제도 그리고 헌신도 봉사도 없었다.

다른 곳에 여행가는데는 그다지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교회 가는데 돈을 아끼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서
그러다가 한달동안 웁살라-스톡홀름 간 10번의 기차를 탈 수 있는 441 크로나짜리 티켓을 구입하였고
(대략 8만원이다)
결국 이번 주에는 지도를 보고 스톡홀름에 있는 교회를 찾아갔다.



교회는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곳 담임목사님한테 메일을 보내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교회를 향해 떠났다.

스톡홀름 중앙역을 지나

대략 30분 정도 걸어서 교회 앞에 도착했다. 그 감격이란... 1달 10일만에 교회 앞에 선 것이다.
관광이 아니라 예배를 목적으로.


따뜻한 환영과 인사들. 오랜만에 느끼는 주님을 믿는 사람들만의 그 분위기. 청년부...

목사님이 정말 반갑게 맞아주셨다.
내가 미리 메일을 보냈었기에 이름까지 기억해주시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우리가 계속 중고등부에 남자 선생님이 없어서 기도하고 있었는데,
역시 주님께서 응답하시는구나"

하시더니 결국 예배 광고 때에 그렇게 나를 소개하셨다.
그리하여 난데없이 중고등부 교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교회에서 무엇이든지
봉사하고 싶었는데 너무나 잘 되었다.
처음 본 나를 믿어주시고 직분을 맡기신다니 선한 부담감이 생겼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선 아니 최소한 아이들이랑 함께 하기 위해선
내 신앙상태가 이 지경이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부들을 만났다. 교환학생이랑 현지에 사는 한국인들이 고르게 섞여 있었다.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을 한꺼번에 보는 것은 스웨덴 와서 처음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왠지 이 곳이라면 재밌게 신앙생활 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집사님들을 만났다. 한 집사님은 앞으로 교회 오는 길에
웁살라에서 스톡홀름까지 매주 차를 태워주신다고 했다.
이전부터 계속 그렇게 섬기시던 분이신 것같았다. 너무나 고마웠다.

덕분에 기차 티켓이 남게 되었고
그래서 매주 목요일날 있는 청년부 모임에 최소한 이번 달 내내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잘된 일이다.

그리고 민우형 누나를 만났다. 민우형 누나가 스웨덴에 결혼하셔서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그리고 임마누엘 한인교회를 다닌다는 것을 민우형이 보낸 싸이 쪽지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설마설마하고 있었는데 "이민우"라는 이름만으로 결국 민우형 누나를 찾았다. 너무나 반가웠다.
ESF 영상에서 나를 본 것같다고 했다. 세상 참 좁다.

이번주는 갑자기 행복해졌다.
정말 우울한 일도 많고 어깨가 축축 쳐지는 일도 많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교회 가는게 너무나 기다려진다.
다음 주는 추석이라 교회에서 많은 행사가 있을 것같다. 재밌겠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