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리기
[Blog Action Day 08 - Poverty] 나와 가난
그을곰
2008. 10. 16. 04:04
들어가며
2008년 10월 15일, 오늘은 http://blogactionday.org/ 라는 곳에서 주최하는, 전세계의 블로거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포스팅하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제는 '가난'이다. 자칭 블로거라고 생각하는 나도 시험 이틀 전이라는 최고의 호기를 놓칠 수 없기에 글을 써보기로 했다. 주제는 나와 가난이다.
나와 가난
그러고 보면 우리 부모님은 가난하다는 소리, 그리고 본인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 집은 부모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가난하지만은 않았던 것같다. 돈이 없어서 밥을 굶은 적이 한번도 없고, 방세를 못 내서 주인 집에서 쫒겨 나거나 전기세를 못내서 전기가 끊긴 적이 없고, 돈이 없어서 필요한 교과서를 사지 못한 적이 없다. 물론 대학 진학에 맞딱뜨려진 상황에서 약간의 압박을 받아서 등록금이 더 적고 장학금이 보장되는 대학으로 진학해버리는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돈이 없어서 "내가 정말로 필요한 것"을 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군대에 가고, 그리고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의외로 "대학등록금"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알기로 나라와 학교에서 장학금을 많이 주고 있고, 그리고 부모님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어째서 그들이 대학등록금같은 것을 걱정하는 지 몰랐다. 한 학기에 많으면 500만원. 적으면 100만원까지 하는 등록금.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의 노랫말대로 내가 사회의 최하류층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들의 이런 걱정을 그저 "부모님 신세 지기 싫어서 스스로 벌어서 내려고 하니까 힘든 건가보다" 하고 남 이야기처럼 생각하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등록금이 없어서 자살한 한 대학생의 소식을 들었다.
이곳에서 컴파일러 디자인이라는 수업에서 한 베트남 대학원생이랑 같이 조를 짜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주말 내내 소식이 없는 것이다. 전화로도 메일로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평소에 대학원생인 주제에 별로 과목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숙제에도 별로 도움이 안되서 마음에 안 들어하고 있던 중에 그런 일이 벌어지자 메일을 보내서 쪼아대었다. 그의 답장의 일부가 이러했다.
I am backing home a couple of hours ago. In weekend, I travel to another city and work in a small factory whose boss is Vietnamese too. (Friday night I work in nation as a wardrobe and cleaner) I cannot afford to live in Sweden. Therefore, I must work for my hungry stomach. It is not easy to continue with this situation, as you know. I do not know when I will leave Sweden.
Before coming to Sweden, I dreamt to change my life. Why was I born in such a harsh country? I feel disappointed because I could not concentrate on studying as you and our friends are doing. Hope that I could stay here as long as I can. I do not want to give up. I just have translation job (English --> Vietnamese)
항상 깨닫는 것이지만, 확실히 나는 공부하기에 힘들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다. 오히려 부유한 편에 속한 것이었다. 멋진 옷을 사 입을 돈이 없는 것? 그런 것은 학생이기에 괜찮은 것이었다. 사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고민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지 않은가? 돈이 없으면 조금 불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