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

토끼굴445 - 화

그을곰 2009. 4. 15. 05:21

중학교 1학년 때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별로 나랑 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너무나 인상깊었던 친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아이를 알았던 3년 동안 
그 아이가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화를 냄으로 잃어버리는 것들이 
너무나 많음을 깨달은 나는,
화를 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느껴도, 
다른 사람의 잘못을 찾기보다는 
나의 잘못을 찾아내 고치기로 다짐했다.

그래도 아마도, 대학에 들어온 이후로
내가 화를 낸 횟수를 합치면 
5번도 되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삭인 적은 그의 100배는 넘을 테지만.

그런데 요즘은 이 결심이 흔들린다.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타인을 
짓밟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화를 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