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대한 소고

노스텔지어 Nostalgia

그을곰 2009. 8. 19. 03:42

 깃발
                             -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어렸을 때, 이 시를 학교에서 배울 때
나는 노스텔지어라는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전을 찾아봐서 나오는 말인 향수라는 말도
무슨 느낌인지,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고향이 그리워서 밤마다 눈물을 흘리거나
가족들, 친구들의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고향의 음식이 그리워서 타향의 음식을 먹을 때부터 배가 아프다든가
그런게 향수병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지금 돌아보니
노스텔지어 (향수)는 그렇게 특별한 게 아니었다.

그냥 무엇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멍하고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
외로움조차 느끼기 귀찮은 권태.
이게 가장 향수에 가까운 형태가 아닐까 싶다.

이제 딱 열흘 남았는데,
열흘 후에라도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고산병이 낮은 지대로 내려오면 바로 낫는다는데
향수병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 바로 낫는걸까?

아니면 시간이 더 필요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