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리기
마시멜로 이야기?
그을곰
2010. 5. 28. 11:29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이 있었다. 언젠지 기억도 정확히 나지 않지만 정지영 아나운서의 대리 번역 의혹으로 한동안 뉴스에도 나오던 그 책이다. 그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마시멜로 실험이다.
-----
마시멜로 이야기와 다니엘 골만 강의의 토대가 된 ‘마시멜로 실험’은 60년대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이다. 미셸 박사는 실험에 참가한 네 살배기 아이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 과자를 하나씩 나누어주며 15분간 마시멜로 과자를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한 개를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3분의 2의 아이들은 그들의 눈을 감고, 팔을 머리 위에 얹은 채, 마시멜로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기다렸고,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마시멜로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을 하며, 두 배로 보상받기를 기다렸다. 3분의 1의 아이들은, 미셸 박사가 떠나는 즉시 마시멜로를 먹어치웠다.
그로부터 14년 후에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룰 줄 아는 정신력과 함께 사회성이 뛰어난 청소년들로 성장해 있었던 반면, 눈앞에 마시멜로를 먹어 치운 아이들은 쉽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에도 곧잘 싸움에 말려들었다.
-----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아이가 마시멜로를 먹고 안 먹고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팩터는 그 아이의 참을성이 아니라, 아이가 박사를 신뢰하고 있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이가 박사를 신뢰하지 않았다면, 이후에 상을 주겠다는 박사의 말을 믿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서 마시멜로를 먹어 치웠을 것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예를 들어 현재 국군 최고 통수권자께서 내게 오셔서, 나에게 어떠한 약속을 한다면, 나는 그 사람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가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약속을 한다고 해도 나는 믿지 않을 것이다.
기업에서 개발자들을 닥달하면서 하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제품만 출시하면..."으로 시작하는 수많은 사탕발림들. 어떤 제품을 출시해서 팔자가 폈다는 개발자를 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무리한 일정으로 가정이 파괴되고, 건강이 악화된 개발자를 자랑스러워 하는, 같은 인간이란 게 부끄러운 경영자들 아래에서 혹사당하고, 토사구팽될 뿐이다. 믿을 수 없다.
정부가 발표하는 것, 검찰이 발표하는 것, 국방부가 발표하는 것, 대형 신문사가 발표하는 것, 어느 하나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세상이다. 웃음이 다 난다.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