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리기

조교짓의 끝

그을곰 2010. 12. 21. 21:56

사진 출처 - 머니투데이


오늘부로 드디어 조교짓이 끝났다.
조교 업무는 그 어떤 일보다도 '짓'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짓이었다.
다음 국어 사전에 따르면 -짓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몸을 놀려 움직이는 동작. 주로 좋지 않은 행위나 행동을 이른다.

나쁜 짓
어리석은 짓
부질없는 짓
짐승만도 못한 짓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그 사람은 돈 받고 그런 짓 할 사람이 아니다.
죽지 않고 살아서 자식에게 못할 짓 시키는 것이 한스럽다.
내가 그때 한 짓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아이고, 저놈 하는 짓 좀 보게.

지난 포스팅에서도 한번 우는 소리를 했던 바와 같이
내가 했던 조교일은
'교'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것이 쪽팔릴 정도로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는 거리가 먼
서비스센터 직원처럼 학생들의 문자나 이메일이나 처리해주는 행정직이었다.

그러고보면 별 X같은 문자들을 다 받아서 처리했었다.

시골에 있으니 지 시험지를 스캔해서 보내달라고 하지 않나
클레임을 하고 점수를 올려받자마자 문자를 보내 이제 몇등이냐고 물어보지 않나
아까 올렸던 엑셀 파일에는 합산 점수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왜 없냐고 또 올려달라고 하지 않나.

이건 뭐 ㅄ들도 아니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이들로 덕을 보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정말로 이들이 내 '손님'이라면 나는 책임감을 가지고 이들에게 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별 되지도 않는 답을 가지고 부분점수를 더 달라고, 그리고 학점을 더 달라고 아우성치는 학생들과
학생들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주시려고 한없이 봐주시는 너그러우신 교수님 사이에서 
괜히 악역이나 하고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위치에 있었다.

조교 수당 40만원에 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이 쓰잘데기없고 배울 것없는 일에 소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