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곰 2011. 5. 6. 02:08


누군가 칭찬을 하면 
나는 조금도 기쁘지가 않다.
 

이 사람이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미지 때문이다.
 
이 사람이 그냥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참 피곤한 인생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칭찬 받을 만한 일은
조금도 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항상 모든 일에 설렁설렁.
어떤 일의 결과를 봐도 항상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항상 부끄러워하면서 산다.

칭찬을 받아도 조금도 기쁘지 않고
오히려 더 부끄러운 판에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나는 온갖 비난들을 다 받으면서 사니

어디에 가도 기가 죽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말했던 건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 자녀가 나같이 살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연구실 동기가 나의 증상을 보고,
농담으로 자살 방지 팜플렛같은 것을 보내준 적이 있다.

난 자살할 생각은 없지만,
굳이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지금은 가족 때문에 그럭저럭
1% 더 사는 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아마도 가족이 없을 때
천사가 와서 나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아마도 죽음 내지는 소멸을 택하겠지.

이딴 생각을 하는 자녀.

살고자 하는 의지,
살고 싶다는 생각.

이 눈꼽만큼도 없는 자녀를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나는 1초도 견디지 못할 것같다.

그래서 나는 자녀를 아무래도 못 낳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