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
토끼굴657 - 그걸 누가 써
그을곰
2012. 12. 10. 06:10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그리고 박사 과정에까지 들어와서 연구를 하면서, 가끔(?) 좌절할 때가 있다. 그것은 지금 내가 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의심할 때이다. 지금 하는 이 연구가 쓸모없다고 느끼는 순간, 작업의 정교함은 떨어지고, 의욕도 상실하게 된다. 흔히 말해, “이걸 누가 써?”의 demotivation이다.
애플 인사이드라는 책에서, 애플에 다니는 사람들은, 연봉이나 복지제도가 그들을 자랑스럽게 하고, 동기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어느 장소를 가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들고 있는 아이폰이 그들을 동기부여한다고 하였다. 자신이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자신이 발견한 커널 상의 미묘한 버그 수정이 전 세계인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작업을 할 때, 그 정교함은 수준이 다르지 않을까. “나의 작업은 전우주에 존재하는 인류와 스마트폰들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생각하는 그들이 새삼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