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한 소고

지름신의 심리학

그을곰 2012. 12. 10. 06:52

지름신 열풍이다. 약정 기간 2년을 비웃기라도 하듯 1년 내지는 반년마다 쏟아져 나오는 최신 스마트폰(뭐가 아직도 발전할 것이 남았는지…), 그리고 끊임없이 나오는 이쁜 옷, 가방, 시계들. 나의 경우에는 좋은 키보드(?)들까지. 기업들은 물론 살아 남으려고,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 짓이긴 하다만, 그로 인하여서 우리들은 하루종일 지름신의 유혹을 받는다. 현대에 가장 큰 우상은 바로 지름신, 그리고 그의 모태가 되는 물욕의 신 ‘맘몬’이다.


성서에는 분명 하나님은 형통한 날과 곤고한 날을 동시에 주신다 했다. 그것은 하나님을 기억하기 위함이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은 풍요와 형통함에 거하시는 것보다 없는 곳(빈궁과 아픔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존재는 실존으로 살아 있다. 만사형통과 축복만이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발상은, 바로 풍요의 신 맘몬을 섬기는 발칙한 신들의 교만에서 나온 발상이다. - 뉴스앤조이


나는 꽤 시간이 많은 것같다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시간이 부족하다. 대개는 생업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것인데, 그러한 노동의 댓가로 우리는 약간의 돈을 받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사지 못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 이상’ 거의 없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금보다 비싸기에, 시간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 돈을 소비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현대인들은 버스를 타고, 쇼핑몰에 갈 시간도 부족하고, 흔히 말해 “입고 나갈 옷”이 없다. 그리하여 현대인들은 피곤에 쩔어 채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쇼핑몰에 들어간다. 대략 떼깔을 보고, 대략 리뷰를 보고, 대략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결재한다. 일단 마음을 정했다면 하나의 물건을 사기 위해 드는 시간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거스름돈이나, 카드 영수증을 받기 위해서라도 1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왜 소비할 수밖에 없냐고? 노동의 피드백을 받기 위함이다.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고,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는, 성인이 된 후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만이 유일한 피드백이다. 자기 스스로에게 “수고했어, 오늘도” 하며 선물을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삶이 너무 서글프다. ‘맘몬’이 이렇게 판치는 것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위로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삶 속에 깃든 그리스도의 목적과 하나님의 섭리가 흐릿해질 때, 우리에겐 instant한 위로가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맘몬신의 종특이다. instant한 위로는 말그대로 오래 가지 않는다. 그것은 다시 새로운 소비를 부추기고, 우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돈을 쓰는 죽음의 나선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지금 나의 꼴이다.)


그러고보면, 내가 스위스에 있는 동안, 그렇게 많은 전자제품을 지른 것도 결국에는 위로와 ‘힐링’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남은 것은 위로와 ‘힐링’보다는 카드빚 뿐인걸. 지름신이 온다고 느낄 때, 지름신이 아니라 맘몬이 임했다고 느끼고, 이것이 진정한 위로가 아닌, 더 큰 절망과 좌절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경계해야겠다고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