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한 소고

어쨌든 대선은 끝나고...

그을곰 2012. 12. 20. 21:44


    어떻게 박근혜… 아니 새누리당… 아니 한나라당은 또 승리했는가?

어쨌든 대선은 끝났고, 결국 또 대통령은 한나라당 기회주의 세력들이 차지하였다. 멘붕이었다. 어째서 박근혜같은 사람을 지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향수로 지지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지율을 보니 그것이 아니었던 것같다. 이번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의 근원은 뿌리깊은 지역주의 덕분이라고 소설을 써 보기로 한다. (소설이니까 너무 까지 마시길)


개표 방송을 보면 대구와 영남에서 한나라당 몰표, 광주와 호남에서 민주당 몰표가 나와 비등비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가 않은게, 인구수가 심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에서 경상도 사람들이 대통령을 사실상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여기서 경상도 사람이라는 것은 경상도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경상도를 근거로 하여 서울이나 경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이다. 2011년 인구 기준으로 TK에 실제로 사는 사람들의 인구는 1300만명, 이에 반해 호남+강원+제주 인구는 다 합쳐도 700만명에 불과하다. 이 인구비율을 이용하여 보정한 서울과 경기에서의 경상도 출신 인구는 1000만명. 그리하여 총 경상도 사람의 수는 2300만명이 되며, 이 중에 75%가 투표하고 75%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면 1300만표가 된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받은 표인 1577만표에서 충청과 호남을 제외한 표인 1377만표에 대략 6% 차이로 거의 근접한다. 간단한 계산이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의 대표로 대선에 나오는 것만으로 바로 1000만표를 깔고 대선을 시작하는 셈이다. 그리고 비경상도 사람들로부터 100~200만 표만 얻으면 바로 당선될 수 있는 것이다. 한번 득표율의 역사를 살펴보자. 17대 이명박 1100만표, 16대 이회창 1100만표, 16대 이회창+이인제 1400만표, 15대 김영삼 1000만표(정확히는 997만표)였다. 한나라당에서 나온 후보는 계속 1000만표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16대 때는 이회장과 이인제가 분열했기 때문에 어부지리로 김대중이 이긴 것이고 둘 중 아무로나 단일화가 되었어도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17대 때는 노무현이 경남 출신이라는 점과 지역구가 부산이였다는 점이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고 2위였던 이회창은 1144만표를 받아, 노무현이 겨우 60여만표 차이로 승리할 수 있었다.


경상도 사람들이 투표하는 기준은 1) 한나라당 사람이냐? 2) 경상도 사람이냐? 딱 이 두 가지 뿐인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75퍼센트의 투표율을 넘기고도 박근혜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끝나고 나서 하는 이야기지만) 일단 1990년~2020년도의 우리나라에서 비한나라당 세력이 정권을 잡으려면, 한나라당이 분열되거나, 승리가 너무 확실해서 경상도 사람들이 투표를 안 하거나 둘 중 하나뿐이라고 본다.


18대에선 문재인&안철수라는 진보에서 낼 수 있는 최강 카드가 동시에 나왔고, 이로 인하여 경상도 사람들은 굉장한 위기감을 가졌던 것같다. 이러다가 한나라당이 정권을 놓치면 안되는데… 하는. 다시 말해 비한나라당 세력이 강하고, 똑똑하고, 국민을 위할수록, 경상도는 결집하여 한나라당 세력에 표를 몰아준다. 한나라당 후보의 자질은 조금도 상관없다. 김영삼이 경제를 다 말아먹고 IMF 시대를 열었을 때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 탄핵 역풍이 불었을 때도, 이명박이 온갖 비리에, 사대강으로 낙동강을 녹조라떼로 만들었을 때도 오히려 경상도는 결집하였다. 한나라당이 뻔하게 실수를 했을 때 우리(경상도)가 표를 안 주면, 우리 귀요미들 한나라당이 정권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


그래서 박근혜가 이번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굉장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빨갱이라고, 호남당이라고 욕하는 그 민주당과 진보세력들에서는 노무현 때부터 문재인과 안철수까지 3명의 대선후보를 모두 경남 출신으로 내놓았다. 경상도 사람들은 비한나라당+비경상도한테는 절대로 투표를 안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론은 비한나라당의 비영남 후보가 당선이 되면 바로 깨진다. 하지만 내 생각에 최소 앞으로 20년간은 안 깨질 것같다.


그리고 나.

일단은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뉴스앱들을 지웠다. 팟캐스트 방송들도 한동안은 올라오지도 않겠지만, 나도 듣지 않을 생각이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는 옳고 그름, 상식과 비상식, 진실과 거짓, 헌신과 사리사욕의 문제가 아니라, 경상도와 비경상도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또 대선이나 총선이 오면 희망을 가지겠지만 비한나라당 지지자로 산다는 것은, 한화팬으로 사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차라리 야구는 바로바로 경기가 있디만, 대선이나 총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