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하여

2012년을 결산한다

그을곰 2013. 1. 1. 10:55

2012년 연말을 결산한다. ‘결산(決算)’이라니. 이런 cliche같은 단어를 쓰다니. 새삼스럽게 부끄럽지만, 그래도 결산은 결산이다. 결산을 하면서, 노트를 꺼내기 보다 오히려 이용규 선교사님이 쓰신 “떠남”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하여 잡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이제 익숙해지고 편해질 때쯤 되면 떠남을 준비하는 삶을 살았다는 선교사님의 글을 보면서, 두 가지가 내 머리 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하나는 한인교회, 다른 하나는 소유(所有)였다.

한인교회

한인교회(韓人敎會)라는 말에는 괜한 울림이 있다. 사실 지금 내가 한국에서 다니고 있는 교회도 사실 한인들만 다니니까 사실은 한인교회이지만, 외국에서의 한인교회는 왠지 나가는 마음가짐까지도 달랐다. 제일 예쁜 옷을 골라 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하고, 심지어 없는 살림에 향수까지 뿌리곤 했었다. 하나님만 의식해야 하는 곳이 교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설교시간에 그리고 광고시간에 바로 어색하게 옆 사람과 인사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망설여 지게 되는 곳이 교회이기도 하다. 교인들이 많아서 서로를 다 알지 못하는 국내 교회와 달리, 한인교회는 차라리 명절날 모여 앉은 친척들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난 그 느낌이 너무나 따스했고, 좋았다.

스웨덴에 있을 때는 나의 미숙했던 인간관계들 때문에, 스위스에 있을 때는 내 자격지심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교회를 나가는 걸 망설여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이 서른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 자신의 초라함을 탓하며, 교회에 나가는 걸 망설였다. 하나님은 분명히 공예배로 나를 부르셨는데, 나는 망설이고, 베개에 머리를 짓이기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버렸다.

2013년에는 다시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고자 한다. 세상의 일과 욕심들, 내 계획들로 공예배를 빠지지 않고자 한다.

의무감이 아니라 주일이 예비된 것에 대한 기쁨으로. 그리고 사람들이 보는 내 외양이 아닌, 하나님이 보시는 내 지난 한 주의 삶을 가지고.

소유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려면, 꼭 필요한 것들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나눠주고, 혹은 버리고 와야만 한다. 내가 생각보다 사치를 누리고 살아왔다는 것을 문득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온갖 하얀 전자제품들을 볼 때가 아니라, 되려 내 책장을 볼 때이다. 꾸준히 정말 오래도 사 모았다는 생각이 드는 나의 책장. 그런데 여행을 갈 때, 그리고 장기간 해외에 나가게 될 때, 나는 이 중에 3~4권밖에는 꺼내 들지 못한다. 그렇기에 가장 소중한 책들만을 고르고 골라야 한다. 쓸데없는 물건을 새로 사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이 때의 이 마음을 계속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또 거처를 옮길 때, 가지고 나가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물건인지. 항상 언제든지 이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