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그나마 내가 제일 잘하는 건, 그나마 가정 환경 탓을 타지 않는 것은, 모두가 평등하게 할 수 있는 공부였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점점 더 좋은 환경으로 가면, 내 뿌리깊은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점점 더 좋은 환경으로 갈 수록, 오히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온 훌륭한 애들을 만나게 되고 열등감과 절망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게 되었다. 내가 아둥바둥 사는 동안, 그들은 좋은 환경에서, 굳이 나처럼 노력하지 않고도, 내가 성취한 것들을 가볍게 성취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과 나랑 비슷한 것은 그동안 이루었던 학업적인 성취밖에 없었다. 학업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나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내가 여력을 다 쏟아부어야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한 것들을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 가지고 시작하고 있었다. 난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그렇게 게으르게 산 것도 아닌데, 나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이미 가질 수 없는, 늦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것이 너무 분해서, 요즘 힘이 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생각나는 건 술밖에 없었다.
또다시 시즌이 찾아와서, 삶이 정말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렇게 아둥바둥 살아 봤자, 결국에 나를 기다리는 것은 또다른 열등감 뿐이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화물칸에서 태어난 것같은 내 삶,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봐야 내 자식들은 이코노미 석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만화처럼, 신화처럼, 신께서 나에게 신명나는 새 인생을 선물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차라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