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
토끼굴659 - 글라이더
그을곰
2013. 5. 4. 01:48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은 마치 제트 엔진이 달려 있는 제트기와 같다.
바람이 도와주지 않아도,
새가 달려 들어 조종석 창문을 때려도,
엔진의 힘으로 끄덕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랑이 사라진 커플은 갑자기 글라이더가 되어 버린다.
이제는 관성과 바람의 힘으로만 날아야 한다.
바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휘청대고,
새에 부딪혀서 글라이더에 생채기라도 내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글라이더는 서서히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이 시작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보지만,
사랑이 끝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