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토끼굴에는 두기에는
꿈과 동심이 전혀 없는
너무나 사실적인 이야기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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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토끼굴말고
늑대굴 정도로 하자.
1.
나와 밥 한 끼 단둘이 같이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나에 대해서 마치 잘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섬뜩했다.
그 모든 선입견은 사실 나와의 대화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특정 몇 명이
나에 대해서 던진 몇 마디 말에서부터 나온 것이었다.
나도 나 자신을 이렇게나 모르겠는데
어떻게 그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나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와 직접 이야기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나에 대해서 잘 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그 교만스러움에 치가 다 떨린다.
2.
인간의 종류라는 게 있는걸까?
해리포터 시리즈 내내 그리핀도르 기숙사 학생들은
정의감이 투철하고 우정을 최우선하는 학생들로 묘사되지만
슬리데린 기숙사 학생들은 하나같이 재능은 있을지 몰라도 비열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그려진다.
따지고 보면 마법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학교에 입학할 때 단 한번 기숙사 선택을 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마저 그것도 학생들의 의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는 빌어먹을 마법모자에 의해서.
일단 슬리데린에 들어갔으면 그가 아무리 착해지고 싶어도 소용이 없다.
독자들의 눈에 이미 ‘슬리데린’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반사적으로 이기심으로 가득 찬 인간이 떠오르게 되어버렸으니까.
인간의 성격 혹은 성품을 이처럼 몇 가지로 분류해 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타인의 모든 행동은 그 분류 속에서만 해석된다.
이런 방법은 상당히 편하다. 왜냐하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도 없다.
오랜 시간 지켜볼 필요도 없다.
그저 몇 가지 에피소드만도 못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들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안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슬리데린”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그 다음부터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따윈 존재하진 않는다.
그저 이미 준비한 멘트들을 읊어내면 된다.
"넌 슬리데린이야. 그래서...어쩌구 저쩌구..."
좋지 아니한가?
3.
말씀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말씀을 가르치는 사람이 말씀을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음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라고 가르치는 사람이 동시에
"걔는 복음을 제대로 접했지만 변하지 않았어"
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과거의 죄악을 기억치 아니하시는 분"
이라고 가르치는 사람이 동시에
나의 옛 과거들과 죄악들을 날카롭게 갈아
나의 목을 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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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