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같았던 여행을 다녀왔다.
이탈리아 피렌체, 밀라노,
터키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보드룸, 셀축.
혼자 여행을 가기도 하고,
같이 가기도 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말 맹렬하게 여행했다.
쉬지 않고 돌아다니고,
쉬지 않고 좌우를 들여다보고,
쉬지 않고 쇼핑을 하였다.
--
힐링캠프에서 박진영은 폴라로이드 카메라 선물을 받고,
태어나서 처음 가져보는 카메라라며 울먹였다.
카메라를 가져 보지 못한 이유를 묻자,
그는 "너무 바빠서" 라고 겨우 대답했다.
--
아무 생각 없이 '교수'라는 직업만 바라보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이후에,
가진 것도,
이룬 것도 하나도 없는 주제에
나는 제일 일찍 퇴근했고,
여유를 누렸다.
--
그래서 여행 시작 전에 나는 조금도 흥분되거나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여행도 하나의 '일'이었다.
유럽까지 와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가는 주제에,
여행도 못하고 간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일단 떠나오긴 했지만,
최대한 천천히 움직였다.
남이 차려주는 밥이, 숙소가, 침대가 좋았다.
길거리를 헤매다가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서,
와이파이를 가까스로 잡은 채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았다.
--
여행을 다녀왔지만,
그저 긴 꿈을 꾼 것처럼,
내 삶의 모든 것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먼지가 수북히 쌓인 채라는 것을 제외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