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에 해당되는 글 3건

  1. 090825 극을 쓰고 싶다. 2009.08.26
  2. 토끼굴503 - 이해 2009.08.25
  3. 토끼굴460 - 이해 2009.05.10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드라마 감독들의 삶을 보면서
나도 드라마 극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짧게나마 단막을 찍는다면
내가 구할 수 있는 배우군이란
ESF 사람들 (아마도 올드들)
교회 친구들

그리고 상영할 수 있는 곳도
내 블로그 내지는 ESF 싸이클럽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주제는 기독교에 관한 것으로 한정해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바쁜 사람들, 밥 한끼 사주면서 
내가 쓴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출연하라고 할 순 없으니까.
명분이 있어야지.

ESF 동작회관에서 봤던 많은 영상들,
전국수양회에서 봤던 놀라운 상상력들을
돌이켜본다.

내가 따라할 수도 없는 대단한 영상들이었지만 
아쉬운 점들 역시 존재한다.

방황하던 새내기들, 반항하던 양들이
회관에 와서 혹은 ESF에 와서 
감동받고 변화되는 이야기들.

물론 “그럼직한” 일이지만,
사실상 긴장도 없고, 갈등도 없다.

영상을 보는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가끔씩 놀라운 언어유희나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날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매번 다른 사람이 나오는 극을 보지만
사실은 재방송을 보는 것과 같다.

다른 극을 찍고 싶다.

오래된 신앙인의 고민과 괴로움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신앙의 선배들이 그리고 내가 이어 고뇌했던 고민들.
쉽게 씻어지지 않는 자기모순들.

폭로하고 싶다. 벌거벗기고 싶다.

그냥 입을 다물고 쉬쉬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에이... 아무래도 내 블로그에나 올라갈 영상이 되겠구나 싶다.
그래도 일단 쓰기 시작하자.

주인공은 너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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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503 - 이해

from 토끼굴 2009. 8. 25. 02:30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는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 황지후 시인의 [뼈 아픈 후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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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을 다시 보고 있다.
이국 인도에서의 마지막 주를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지낸다니 참으로 얄궃은 일이지만,

옛날에 보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지오가 준영이랑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거.
지오가 준영에게 그렇게 못 되게 굴었던 거.

처음 볼 때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내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도 그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겠지

사랑하고 헤어지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 
그리고 이해할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가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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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460 - 이해

from 토끼굴 2009. 5. 10. 03:19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이 말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내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준영이를 안고 있는 지금은
그 말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몸 안에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구나
또 하나 배워간다.

- 정지오,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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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지 못해서 
사랑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사랑하지 않아서
이해하고 싶지 않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서로가 좀더 나아진다는 확신만 있으면
함께 해도 좋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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