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에 도착한 첫날 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와본 고국 이외의 나라에서.
내가 제일 먼저 본 영상은 초속 5cm 라는 영화였다.
쉽게 표현되지 않은 감동을 받은 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를 모아서 보게 되었고
첫번째로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별의 목소리]였다.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한 가지 개념이 이 영화를 만들게 한 것같다.
우주에서 우리가 지구에 있는 사람한테 연락을 하려면
우주에서 지구만큼의 거리 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
즉 지구로부터 8광년 떨어진 곳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문자메시지의 전달 속도가 광속일 때 8년 걸리는 것이다.
이 개념 자체를 제외하면 영화는 뻔하다.
연인들 사이의 연락은 점점 길어지고
지구에 있는 남자는 더 이상 우주에 있는 여자를 적극적으로 기다리지 않게 되지만
우주에 있는 여자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지구에 있는 남자를 더더욱 사랑하게 된다.
마치 군대처럼, 마치 이곳 스웨덴처럼.
비록 전파로는 그곳까지 금방 닿을 수 있지만
내 몸은 그곳까지 갈 수 없다.
갈 수 없는 나는
그곳을 향한 수많은 환상과 수많은 기대들을 품어가지만
그곳에서는 나는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
하지만 잊혀진다는 것은 정말로 기분 나쁜 일이라
잊혀지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사실 그 자체가 더 두렵다.
기다려달라고, 기억해달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리는
어디서부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