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분
-강신행
----- BGM으로 춤 (브로콜리 너마저 1집 1트랙)를 추천해요 -----
드디어 나와 그녀는 같이…
헌혈을 하러 가기로 했다…응?
사실 내가 좋아하는 형 한 분이 철봉을 하다가 거꾸로 떨어지는 바람에 무려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떨어지면서도 곱게 떨어지지 못하고 온통 긁히면서 떨어져서 피가 많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헌혈증이 필요하다고 본인이 직접 나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 한심한… 나이 30이 다 되서 철봉하다가 땅에 고꾸러지다니… 라고 직접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녀가 먼저 내게 물어왔다.
어 그래… 어떡하냐… 사람들 모아서 병문안이라도 가자.
그럴까? 그나저나 나 헌혈증 만들러 헌혈부터 하러 가야겠어. 그냥 바로 내 피를 그 형한테 넣어주면 좋을텐데. 먹이면 바로 몸으로 가나?
에이. 시끄럽고 그럼 언제 같이 헌혈하러 가자.
그 언제가 실제로 올지 몰랐다. 10분 전에 상큼하게 약속장소에 도착해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숨었다. 약속장소가 잘 보이는 건물 속으로.
그리고 얼마 후 그녀가 왔다. 그제서야 나는 그녀한테 갔다.
아 미안. 가자.
뭐가 미안해 안 늦었는데 모. 헌혈의 집 어디 있는지 알아?
아하하. 내가 미리 봐 놨지.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리 속을 스쳐간다. 헌혈 한 다음에 피가 보충하러 가자고하면서 밥을 같이 먹는 것은 어떨까? 이럴 때마다 나의 영민함에 새삼 부모님께 감사하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헌혈의 집이 없어졌다.
어라 어디갔지?
여기 맞아?
어. 맞는데.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왔는데…
갑자기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그 때에 천사가 내게 나타났다.
총각, 헌혈 좀 하고 가지?
어? 안 그래도 하러 가던 길이었어요. 그런데 헌혈의 집이 어디간거죠?
요즘 이사중이라 일단은 버스에서 헌혈을 받고 있어. 저기 보이지?
천사께서는 친히 손을 드셔서 방향을 가르쳐드렸다. 마치 수태고지를 들은 마리아처럼 경건해져서 나는 앞장섰다.
가자.
버스 안은 한적했다. 그녀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 간호사로부터 면접? 을 받았다. 물론 나는 패스했고 바로 침대로 올라갔다.
어… 나는 헌혈 못한대.
어 왜? 너 무슨 병있냐?
아니 철분이 모자라다는데. 아하하 미안하다. 너만 헌혈 하겠네
야, 이런 게 어딨어.
간호사님이 한 마디 덧붙여 주셨다.
원래 여자분들은 월경 때문에 철분이 많이 모자라요.
가슴이 아팠다.
그럼 무엇을 먹으면 철분이 많이 보충되나요?
간이나, 견과류. 또는 생선 같은 거 먹으면 좋아요.
그래 먹으러 가자. 이히힛
내 살갗 속으로 바늘이 들어왔고, 그녀는 보이지 않는 바깥에 있었다.
야 놀아줘 나 심심해.
아하하하하.
헌혈도 안 하니까 대신 나랑 놀아주면 내가 헌혈증 반 찢어주지.
웃기고 있네.
간호사님의 또 한 마디.
여자친구랑 같이 와서 헌혈도 하고, 보기 좋네.
이번엔 예언의 천사인건가… 이제 아예 경배를 하고 싶어졌다.
에잇 아니예요. 곧 그렇게 되겠지만.
정적… 내가 뭔 소리를 한거지.
헌혈을 마치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다. 분위기가 어색해서 초코파이랑 포도주스도 먹지 않고 얼른 나와 버렸다. 오늘따라 가방이 자꾸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음… 오늘은 힘든 운동하면 안된다는데.
아마도 그렇겠지?
자.
그녀는 내 어깨에서 내 가방을 낚아채더니 자기 어깨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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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