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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 글을 쓰며 겁이 난다.
나만큼 설레지 않고
나만큼 애타하지 않고
나만큼 절절하지 않은 그대에게
나는 늘 이런 식으로 상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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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너보다 더 순정이 있다.
그런데 너는 나를 버렸다.
그렇다면 무참히 무너져주겠다.
-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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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된 사람이었던 것같다.
노희경 작가의 젊었을 때의 모습처럼
나의 어린 시절 역시도 순정에 미쳐있었다.
그래서
너를 만날 때 난 너를 버렸고
너와 헤어져 있을 때만 너를 찾았었다.
그런 주제에 나에게
순정은 다른 어떤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선이었다.
변하지 않는 마음... 순정.
이렇게나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가치로 나를 포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를 상처주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까지나 순정을 지키면서 살아가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살아갈 수 있는지.
순정 속에서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며 부서지는지 보여주면서
너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혹 네가 ‘미안함’ 때문이라도 다시 돌아오길 바랬다.
다시 돌아온 이후의 일은 사실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그냥 순정에 애타하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다였다.
너는 전혀 상대해주지 않았고
그것은 미친 짐승을 상대할 때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어린 나이에 그것을 알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너에게 사과하고자 한다.
네가 아니었더라도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으면
너처럼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의 나는 그게 진심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