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와서 살고 있으니,
스웨덴이나 다른 유럽 쪽 가수들한테 필이 꽂힐 만도 한데,
그들에게 익숙해지기도 전에,
그 전에 난데없이 2000년도 첫 십년 끝자락에서
1980,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두 가수한테 완전히 마음을 뺐겨버렸다.
김건모
사실 김건모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려 "재출연"까지 해야 했을 정도로 말아먹었던 무릎팍도사 출연 때문이었을까? 내가 보기에 그는 전혀 재치나 예능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그가 스스로 인정하듯이. 저런 가수가 왜 TV에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무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한창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핑계],[스피드] 등등 유명한 곡들이 많았지만, 나와 코드가 맞거나 하진 않았다. 김건모는 그저 나에게 "그냥 인기있었던 가수", 그리고 한물간... 가수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김건모의 앨범을 처음부터 들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깜짝 놀랬던 것은,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이 사람이 노래를 너무 잘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허접하고 웃기지도 않은 춤을 추는 그런 삼류 가수가 아니라,
정말로 노래를 가슴으로 부르는 초일류 가수였다.
다른 가수들이 고음부에 들어갈 때는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데,(미안해, 소시)
김건모가 고음에 들어갈 때는 오히려 기대를 하게 된다.
그가 얼마나 깔끔하게 고음을 처리하는 지 알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노래를 쉽게 부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너무나 연습을 많이 했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 에너지를 고음처리와 박자 맞추기 등
기본기에 쏟는 대신에
오직 감정을 담는 데 쓸 수 있었다.
2집 혼자만의 사랑.
처음 널 흘리는 나의 눈물 속에서
넌 지금도 사랑을 가르쳐주나.
혼자만의 사랑을
너를 사랑하는 것만큼 너를 미워하면 잊을까.
이별까지도 사랑할 수는 없었기에
3집 아름다운 이별
그 짧았던 만남도 슬픈 우리의 사랑도
이젠 눈물로 지워야 할 상처뿐인데
내 마음 깊은 곳에 언제나 너를 남겨둘꺼야.
슬픈 사랑은 너 하나로 내게 충분하니까.
하지만 시간은 추억 속에 너를 잊으라며 모두 지워가지만.
한동안 난 가끔 울것만 같아.
4집 헤어지던 날
그래 축복할 꺼야.
네 새로운 그 시작이 누구보다 더 행복할 수 있게
아주 먼 훗날, 널 사랑하는 새 남자와
울며 보채는 아이를 그려보며
12집 언제쯤.
언제쯤 넌 나를 떠나는거니
언제쯤 난 너를 모두 잊고 웃을 수 있니
언제쯤 넌 내 눈물 속에서서
지나간 추억이 되어 내 안에서 날 떠나는거니.
이문세
이문세가 노래를 부를 시절에 나는 너무나 어린 아이였다.
그래서 한번도 나는 그가 TV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노래방 등에서 다른 친구들이 부르는 [조조할인]이라는 노래를 통해서만
그라는 가수가 한때 활동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가 별밤 지기를 그만두었을 때 나는 라디오를 듣고 있지도 않았다.
(내가 라디오를 제대로 듣기 시작했을 때는
이지훈의 영스트리트에
핑클이 토요일마다 게스트로 나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였다.
98, 99년도 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깊은 밤을 날아서], [소녀], [붉은 노을], [이별 이야기]등의 노래가
이문세의 노래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우연히 밥을 먹으면서 볼만한 예능 프로그램을 찾다가 불후의 명곡을 보게 되었고,
그곳에서 이문세를 만났다.
이문세의 노래는 이렇게 허접한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서 들어도
마치 내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내 몸 전체를 흔든다.
온 몸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1957년 1월 17일(1월 17일!!!!) 생이니 올해로 나이가 벌써 53살인데,
저런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나를 자극한다.
나는 25살인데 열정과 패기는 추억 속에서조차 찾을 수 없으니까,
정말 옆에서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기절해버릴 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느꼈던 감동을 조성모, 성시경이 느꼈기에,
그들이 가수가 되었고,
그들이 그들을 뒤흔들어 놨던 노래를 리메이크했던 게 아닐까.
나도 노래를 잘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3집 소녀
찾고 싶은 옛 생각들.
하늘에 그려요
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4집 깊은 밤을 날아서
난 오직 그대 사랑하는 마음에,
바보같은 꿈꾸며 이룰 수 없는 저 꿈의 나라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어.
그러나 우리들 날지도 못하고 웃지만
사랑은 아름다운 꿈결처럼
고운 그대 손을 잡고 밤하늘을 날아서
궁전으로 갈 수도 있어.
4집 이별 이야기
그대 내게 말로는 못하고
탁자 위에 물로 쓰신 마지막 그 한 마디
서러워 이렇게 눈물만
그대여 이제 안녕
7집 옛사랑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빈 하늘밑 불빛들 켜져가면
옛사랑 그이름 아껴 불러보네
찬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우다
후회가 또 화가 나 눈물이 흐르네
누가 물어도 아플것같지 않던
지나온 내모습 모두 거짓인가
이제 그리운것은 그리운대로 내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나면 생각난대로 내버려 두듯이
흰눈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길 찾아가지
광화문거리 흰눈에 덮혀가고
하얀눈 하늘높이 자꾸 올라가네
사랑이란게 지겨울때가 있지
내맘에 고독이 너무흘러넘쳐
눈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위에
옛사랑 그대모습 영원속에 있네
언젠가 이문세 독창회, 꼭 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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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고되고 지치는 관계 속에서
요즘은 관계의 부재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틈을,
이 노래들이 꽉 채워버렸다.
이들의 노래를 듣지 못하고 지냈던 내 어렸던 시절이 왠지 아쉬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