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Intro

여행을 하면서 MP3에 넣어가서,
정말로 공감하면서 들었던 노래가 한 곡이 있다.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촉촉한 땅바닥, 앞서 간 발자국,
처음 보는 하늘, 그래도 낯익은 길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 김동률 [출발]

이번 주말을 활용하여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2박 3일로 다녀왔다.


1. 에스토니아? 탈린?

에스토니아(영어: Estonia, 에스토니아어: Eesti 에스티, 문화어: 에스또니야)는 북유럽에 위치하며 북쪽과 서쪽은 발트 해, 동쪽은 러시아, 남쪽은 라트비아와 닿아 있다. 수도는 탈린이다. 정식 명칭은 에스토니아 공화국(에스토니아어: Eesti Vabariik 에스티 바바리크)이다.

- 한국어판 위키 백과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에게 에스토니아는 듣보잡인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교환학생들 사이에서 여행계획이 세워지고 표를 구입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에도 나는 그저 "간다"는 의사표시만 했을 뿐 도대체 어디에 가는지도 몰랐고, 얼마나 먼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도 잘 몰랐다. 미리 공부를 하고 갔으면 훨씬 즐거운 trip을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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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는 위 지도의 빨간 색 부분에 해당하는 있는 나라이다.
대략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정동방에 위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위의 지도는 유럽 연합에 가입한 나라들을 주황색 색으로 표시해주고 있는데 에스토니아는 유럽 연합의 오른쪽 끝 자락에 해당하는 나라이다. 유럽 연합에 속해서 인지, 같은 유럽 연합인 스웨덴에서 온 우리 일행들은 입국 심사를 받지도 않고, 출국 심사를 받지도 않고 이 나라를 드나들 수가 있었다. 다른 나라 한번 가기가 엄청 힘든 나에게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2. 교통 수단 및 소모 비용.

기숙사인 라카르베리엇에서 웁살라 중앙역까지 도보나 자전거 - 0SEK - 10분
웁살라 중앙역에서 스톡홀름 중앙역까지 기차 - 54SEK - 40분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페리 승강장까지 버스 - 30SEK - 30분
페리를 타고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까지 왕복하는 데 드는 비용 - 80SEK(!!!!) - 편도 16시간
탈린에서 모든 관광지를 통과할 수 있는 TallinnCard(6시간 짜리)를 발급받는 데 필요한 비용 - 130 EEK

그러므로 순수하게 '여행'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378SEK. 즉 한국돈으로 6만 4천원 정도가 든다.
다른 나라를 다녀오는데 6만 4천원이라니.

놀라운 점은 위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스웨덴의 엄청난 차비!!!!!!!!다.
스웨덴 내에서만 이동하는 데 소모된 비용이 고급 페리를 타고 에스토니아까지 이동하는 데 소모한 비용보다 훨씬 많이 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페리를 타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다. 여행하면서 사진을 500장 넘게 찍었는데, 특히 배 위에서 찍은 사진들은 나같은 초보자가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화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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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좋은 관광지.

사실 내가 이곳에 관광지들을 포스팅한다고 해도 직접 다녀오지 않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별 감흥으로 다가오지도 않을 것이다. 직접 다녀온 사람들은 "아~~ 나도 여기에 가 봤어!" 하면서 기뻐할 테지만 말이다. 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린에 가본 적이 없을 것이 확실하므로 가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소개조의 글을 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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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탈린을 여행하려는 여행자들을 위한 웹 사이트는 http://www.tourism.tallinn.ee/eng 가 있다. 물론 영어로 되어 있지만 영어로 잘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유럽의 어느 국가를 가더라도 신기한 일은 Information Center 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탈린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한 일은 바로 그 Information Center를 찾아간 것이었다. 그곳에서 각자 맵을 받고 탈린 카드를 발급받았다. 8시간 짜리 탈린 카드는 130EEK(에스토니아 크라운)이었는데 이 카드를 소유하면 탈린 시내에 있는 어느 관광지든지 들어갈 수가 있고 교통 수단을 무료로 사용할 수가 있다.
 이 카드의 장점은 매번 돈을 내고 들어갈 때보다 왠지 기분이 좋고 돈이 절약된다는 점일 것이고 단점은 왠지 이 카드를 들고 있으면 왠지 시간에 쫓기게 된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8시간'만에 여행을 마쳐야 했었기에 나는 혼자 일행들과는 떨어져 거의 뛰어다니면서 여러 관광지를 살펴보았다. 심지어 난데없게도 나는 자연사 박물관을 구경하기도 했다. 손님은 나 혼자 뿐이었는데, 계속 어떤 할머니가 따라다니면서 내가 가는 곳마다 불을 키고 내가 나갈 때마다 불을 끄고 하는 바람에 심하게 귀찮았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근엄하게 내가 가는 곳마다 발자국 소리가 나는 바람에 참으로 난감했다.

 그 다음부터 우리는 그 맵을 각자 들고 탈린의 올드 타운을 돌아다녔다. 맵에 갈만한 Attraction들이 잘 나와 있기 때문에 그것만 따라가도 재밌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올드 타운 자체만으로 볼 거리가 참으로 많다. 구시가가 정말로 잘 보존되어 있어서 마치 옛 중세의 도시를 걷는 것같은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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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토니아가 오랫동안 기독교 국가였던 관계로 정말 많은 성당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웁살라에 있는 그곳보다는 엑티브했다. 세례를 주고 있는 모습도 있었는데, 많은 성당들이 사진찍기를 금지하고 있어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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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성당에 있었던 사마리아 여인의 그림이다. 성당 전체가 성경에 나온 장면들을 창세부터 말세까지 그려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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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Alexander Nevsky Cathedral 이다. 탈린에서 제일 큰 둥근 돔 형태의 카톨릭 교회이다.
 입구 앞에 보면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적선을 바라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또 하나의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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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viste Church Tower 이다. 13세기에는 한 때 세계에서 제일 높은 첨탑이었다고 하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안 올라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올라가 봤다.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있을 줄 알고 입장했지만 없었고, 두 명이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무려 258개의 계단을 올라가서야 꼭대기에 다달을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대신에 올드 타운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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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는 올드타운을 볼 수 있고 아래의 사진에서는 우리가 다시 타고 갈 배가 있는 항만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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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화장실. 이 곳을 사용하려면 무려 생돈 3EEK를 소모해야 한다. 한국돈으로 한 500원 하는데, 화장실을 돈 주고 써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현실에 이를 갈았다. 사진은 (모르는!) 외국인이 그 설명을 보면서 좌절하는 모습이다.

4. Outro

 웁살라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 집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로 한국을 뜬지 딱 한 달.
이제는 이 곳이 집과 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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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살라로 향하는 기차 내에서 찍은 내가 사랑하는 스웨덴의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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