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게 컴퓨터 구조 2 수업이 이번주에 한번도 없게 되면서
뭔가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덕분에 운동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책도 읽으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친구에게 오늘 보낸 메일의 일부이다.
이곳에서 내가 느낀 것들.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것들.
네 말대로 모두 너무나 소중하고 귀중한 경험들이야.
안 나왔으면 큰일 났겠다 하고 스스로 느끼고 있고.
이곳에 나와보지 않았더라면 되지도 않는 "서울대"와 "좋은 학점"이라는 허울 속에 갇혀서
내가 얼마나 무능력하고 보잘 것없는 존재인지 모르고 지나갔을 거야.
세계라는 무대 위에서 나는 참 별 볼일 없더라는거지.
그게 나를 힘들게 한다기 보다는 나를 흥분시켜. 신나는 일이야.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값진 경험들.
정말로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들.
요즘 새록새록 몸에 붙어가는 근육들.
새롭게 발견한 좋은 음반들.
어느새 맛있게 끓일 수 있게 된 된장찌개들.
오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이 나라 스웨덴.
그리고 듣도 보도 못했던 웁살라.
여기에 온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그리 길지 않을 내 인생의 딱 중간점에서
이런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살게 된 것은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