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세상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음을 느낀다.

요즘에는 생활의 패턴의 모퉁이가 뭔가 무너져버렸다.
그러다보니 인터넷 서핑을 평소보다 더 많이 하게 되는데

여러 사람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그 글들의 전달력과 시적 표현들에 감탄해서, 
그 블로그를 즐겨찾기에 등록하기를 반복하게 되고,

싸이월드 다이어리.
매체의 가벼움에 처음에는 많이 무시하던 그곳에도
확실히 요즘에는 정말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글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글.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보이던 사람들마저도

"어라... 얘가 이런 글을 써?"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들.

커피 한 잔씩 두고 이야기해보고 싶은 사람들.
긴 여행을 떠날 때 옆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

예전에는 나도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내 백일장은 손쉽게 휩쓸었었고,
중학교 시절에는 혼자 소설을 써서 국어 선생님께 가져갔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언어영역이 제일 편하다고 느꼈으며,
입시 때는 논술 준비를 하나도 안 했었다.

그래서 어느샌가부터 글을 잘 쓴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글을 "가끔" 쓰는 것뿐이다.

입학 이후로부터 이어진 
길었던 글쓰기의 공백
매번 가벼운 이야기들
스스로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이야기들을 
반복하면서 지내던 시절들이,

그리고 치명적인 공대생으로의 삶이

나의 글쓰기를 많이 망가지게 한 것일까?

내 글이 피를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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