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12 지다.

from 끄적거리기 2009. 4. 23. 06:55

어렸을 때의 나는 
지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했었다.

그런데 어느새부터 핑계가 생겼다.
내가 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의 환경을 탓하고,
내가 그 사람의 환경이었으면 
나도 그만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지는 것을 더이상 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그런데 요즘은 다시 지는 게 너무나 싫다.
온 몸의 피가 머리 끝으로 치솟는 것만 같고,
내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부수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가 제일 피해야 할 습관은
담배나 술 따위가 아니라
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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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사가 MSL에서 박찬수에게 5드론으로 패배한 후의 신상문의 모습이다. 웃고 있다.



산왕의 에이스인 정우성에게 온갖 공격을 다 당하여 20점차로 뒤지게 된 상황에서,
어떤 짓을 해도 이길 수 없을 것같은 상황이다. 서태웅은 웃었다.
그리고 그의 활약으로 경기는 뒤집히고 북산은 승리한다.



5판 3선승제 승부에서 2:0으로 뒤지고 있던 이제동도 웃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이 상황에서 세번을 연달아 이기고
우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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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을 때,

3류는 환경탓을 하며 핑계를 만들어내고,
1류는 화를 내며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다.
그리고 초일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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