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나는 순정을 강요하는 한국드라마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단 한 번도 순정적이지 못했던 내가 싫었다.
왜 나는 상대가 나를 더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상대를 더 사랑하는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을까.
내가 이렇게 달려오면 되는데.
뛰어오는 저 남자를 그냥 믿으면 되는데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그 날 나는 처음으로 이 남자에게 순정을 다짐했다.
그가 지키지 못해도 내가 지키면 그뿐인거 아닌가
- 주준영 in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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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이라니.
농구부의 선배를 첫사랑하는 여중생도 아니고,
그런게 우리 나이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해?
이제 우리는 사랑할 때에 그냥 사랑할 수 없어
이성적으로 설득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우리 나이 때의 사랑 아닐까?
이 사람을 내가 왜 사랑하는지
이 사람이 나를 왜 사랑하는지
외부 사람들이 보는 우리의 사회적 지위는 비슷한지
누가 더 낫거나, 누가 더 부족한 건 아닌지
누가 더 많이 사랑하거나, 누가 더 적게 사랑하는 건 아닌지.
부모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혹 헤어졌을 때 후폭풍이 클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그렇게 다 고민해본 다음에
네가 정해놓은 점수를 넘으면
그 때부터 사랑하면 되는거지.
너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다들 그렇게 하고 있어.
점수 공개를 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
그런 짓을 했다가 혼자서 속물 소리를 뒤집어 쓸 테니까.
순정은 무슨 길 머리에 왁스같은 소리냐.
그냥 너무 착해지고 싶은거지, 다들.
순정? 영원한 사랑? 짠하잖아. 있어보이잖아.
마음 속에 타는 불꽃같은 것은
이성적이지 못한 거니까 중요한게 아니야.
어서 밟아서 끄려무나.
그런 건 점수 계산할 때 방해가 되거든.
라고 말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기 때문에
글을 써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서.
순정에 목매단
상대역을 만들어서
이 사람과 토론을 하게 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