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534 - 가을

from 토끼굴 2009. 11. 12. 10:44


Jesse: (Holds his left hand up and briefly twirls his wedding ring with his left thumb.) I know...

- In Before Sunset

26살 (혹은 25살) 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요즘은 틈만 나면 코가 한없이 찡해진다.

모 대단한 일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짙은 푸른 색의 색의 스톡홀름항 바다를 우연히 사진으로 보게 되었을 때,
웁살라에 눈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Facebook에서 외국 친구들이 나마저도 더이상 걱정하지 않고 있는 나의 신종플루를 걱정할 때
한없이 힘겹고 황량한 인생을 살아온 [비포 선셋]의 제시의 저 말 한 마디에,
잎 하나 남아있지 않은 나무와 눈을 마주했을 때,
버둥버둥 살아가는 사람들의 굽은 등을 보았을 때.

슬프거나 한 것은 아니다.
내 머리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눈물샘과 마음이 먼저 반응하여
내 코끝을 누른다.

가을을 타는걸까?

그러고보면 제일 잔인한 계절은 가을이다.

겨울은 희망도 없지만,
가을은 실낱같은 희망 그리고 약속된 절망만이 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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