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6일. 위너스리그 KT 대 화승전에서 결국 이영호와 이제동이 다시 맞붙었다.
이 경기 하나로 팀의 승리와 패배가 결정이 되는 에이스결정전.
그 대진이 결정되자마자 나는 이 경기가 사실상 '제대로 된' 단판 결승전이 되겠구나 싶었다.
사실상 MSL의 마지막 결승전에서는 이제동이 우세우승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동의 우승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에 (이제동이 우승할 만한 실력이라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이번 경기의 결과에 따라 나타날 팬들의 결과 역시 걱정이 되었다.

이영호가 이긴다면,
"역시 정전과 심판의 말도 안되는 판정이 결승전을 말아먹었구나"

이제동이 이긴다면,
"이제동이 정말로 우승할 만한 실력이었구나"

오늘도 정말 두 선수 모두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제동의 뮤탈은 죽는 법을 모르는 것같았다. 



이제동이 5시에 해처리를 펴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이영호가 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영호는 탱크를 꾸준히 모으더니 결국 사실상 불가능한 타이밍을 만들어내서 이제동의 뮤탈과 럴커, 저글링을 싹 다 잡아먹고 깨끗한 승리를 거두었다.


결승이 끝난 후 포모스 승자 인터뷰를 통해 이영호가 결승전 때 느꼈던 본인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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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결승전 사고 이후 그 동안 어떤 심경이었는지

A) 일단 가장 먼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오늘 나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지난 결승전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당시 결승전에서 그런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우세승 판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세승 판정을 받는 순간 오늘은 절대 우승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가 중단된데다 나는 충분히 할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세승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그 상황이라면 어떤 프로게이머가 오더라도 남은 경기를 이기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 것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우세승 판정 이후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모두 사라졌다.

...

이제 와서 말하지만 솔직히 자신감도 완전히 상실했고, 경기를 계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책임감과 정신력으로 경기석에 다시 앉았다.

Q) 초유의 사건이다 보니 두 선수의 팬들이 다소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데

A) 안타까운 현상인 것 같다. 내 스스로는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3경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할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 결승전 이후에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네가 유리한 상황에서 왜 우세승 판정이 내려졌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들을 하니 더욱 화가 났다. 심판의 판정 하나로 인해 왜 내가 이런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화가 났고, 정말 화가 난 것은 우세승 판정 이후에 심판 분들의 태도다.
처음에 심판 3분은 자기들이 리플레이를 봤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우리 코칭스태프가 확인할 결과 리플레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하니까 경기석 뒤에서 자원과 인구수를 모두 확인했다고 말을 하더라. 기자님들도 보셔서 알겠지만 그렇게 먼 자리에서 두 선수의 인구수와 자원을 어떻게 확인할 수 가 있는지 모르겠다. 리플레이도 없는 상황에서 실수를 저질러놓고 사과는 하지 않은 채 그냥 가만히 있더라.
만약 그 자리에서 사과만 했더라도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을 텐데 오히려 심판분들은 가만히 있고 더 높으신 관계자들이 사과를 하더라.
오늘도 현장에 심판분들이 경기장에 오셨는데 사과도 한마디 없이 경기장을 웃으면서 다니더라. 너무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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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통해 여러가지 추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 심판들이 몽골인이라서 시력이 5.0이었다. 그래서 멀리서도 자원과 인구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2. 심판들이 매트릭스의 네오라서 컴퓨터에서 리플레이를 전원이 꺼지기 전에 구출할 수 있었다.
3. 심판들이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일찍 퇴근해야만 했다.

오호호호,

(사진과 인터뷰 부분을 포모스 웹사이트에서 발췌. 문제가 되면 자삭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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