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두며

from 나에 관하여 2010. 2. 23. 01:22

장작을 패다가
                    - 정호승

장작을 패다가
도끼로 발등을 찍어 버렸다
피가 솟고
시퍼렇게 발등이 부어올랐으나
울지는 않았다
다만
도끼를 내려놓으면서
가을을 내려놓고
내 사랑을 내려놓았다

---

2010년 2월 26일부로 나는 드디어 대학을 졸업한다.

들어올 때도 나는 매우 불쾌한 상태였었다.
수업이 없다는 말을 듣고 학교 입학식에도 가지 않았고,
학교에는 최소한의 시간만 있으려고 노력했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대학 합격은 또다른 출발선에 불과했다.

졸업하러 나가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불쾌하다.

졸업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는 고맙지만
도대체 내가 어떤 축하받을 만한 일을 해냈는지 모르겠다.
졸업은 누구나 하는 거고,
내가 특별히 최우등이나 수석으로 졸업하는 것도 아니다.

평범하게 학교에 다녀서
평범하게 졸업하고
평균 이하의 실력으로.

이 지경으로 졸업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마땅하지
졸업하는 것을 동네방네 알리고 다닐 형편이 못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