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635 - 서늘함

from 토끼굴 2011. 12. 14. 04:12


삐뚤어지게 붙여놓은 가족사진
방황하게 되는 건 집이 없어서
혹은 갈 길이 없어서일까
갈 곳은 많아도
그 어디에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일까

I need an airbag
다가오는 거대한 슬픔에 부딪히기 전에
I need an airbag
피하기엔 너무 늦었어

문득 외롭다고.

지난 금요일 밤에 스위스에 도착하여 어느새 토,일,월,화의 네 밤을 지냈을 뿐인데.
문득 뼈까지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일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를 거닐 때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골목으로 들어가 지나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길을 지나갈 때,
저 멀리에 사람들이 둘, 셋씩 짝을 지어 지나가는 것이 보일 때,
지나치는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보일 때,
갑자기 뼛 속까지 시린 서늘함이 느껴졌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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