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그 때는 뭔가 항상 열심인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348 병참 중대 내에 성경 공부 모임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하곤 했다.
그 때 내 위로 남아계셨던 진웅이 형께 부탁을 하고,
아래로 현우(형?), 태훈이(형?), 종원이,
이렇게 등등을 모아서 성경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 무한도전에 빠져 있던 시기이기도 하고,
기존의 성경공부 모임에서 탈피하고 싶어서,
단순히 교재를 푸는 모임보다는,
매 주 테마가 있고, 특집인 모임을 준비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이 모임 내에 있는 애들끼리
복불복으로 서로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었는데
나는 그 때 이미 26살 태훈이형이 걸렸다.
(2007년에 26살이었으니 벌써 32이네, 이 형...)
당시에 나에게는 서른이라는 나이는 까마득한,
그저 개그 소재로서의 나이였기 때문에,
나는 그 형한테 김광석씨 앨범을 선물로 줬었다.
나의 장난기 어린 선물에 그 형이 깨알같이 기뻐했었는데,
그 때는 내 선물이 그렇게 좋은 선물인지 몰랐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김광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그토록 꿈꾸던, 그리고 이제는 단순한 현실이 되어버린
유럽 한복판,
혓바늘과 다래끼를 비루한 육체에 달고,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방 안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이 논문이 끝나면, 온천에 가야지 생각한다.
담배는 안 피지만,
담배를 피고 싶다.
이 몸으로 성인병으로 죽는 것보다
폐암으로 죽는 게.. 뭔가 남자 답다고 느끼는 것은,
아직도 내가 어린애이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