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인제 그거야. 여섯 명이 죽었어. 내 난장이에 보면 폭력은 경찰의 곤봉이나 군대의 총만이 폭력이 아니라고 그랬어. 우리 시대의 어느 아이 하나가 배가 고파서 밤에 울면, 그 아이의 울음소리 그치게 하지 않고 그걸 놔두는 것도 폭력이라고 그랬다고. 어제 어마어마한 폭력이 가해졌는데도 우리가 그냥, 그냥 지나간다면 우리가 죄를 짓는 거야. 거기에 가서 철거민을 우리가 두드려 패고 화염 휩싸인 데서, 그 뜨거움 속에서 죽게 했다는 게 아니야. 우린 그런 죄는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죄를 미리 막지 못한 죄는 우리가 지었지. 그래서 동시대인으로서 우리는 다 같은 죄인이야. 나도 똑같은 죄인이야.  -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 : 조세희 작가한테서 듣다" by 박수정 (르포작가)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인간의 죄성이다. 인간의 죄성은 너무나 강하고, 인간의 힘으로는 스스로 그것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인간들로 하여 ‘창조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끔 한다. 인간의 죄성이 동의되지 않으면, 마치 부활이 없는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는 무의미해지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자들이 된다. 


그동안 그리스도교에서는 인간이 죄를 지었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 다양한 죄목들을 활용해 왔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효도하지 않거나 친구를 미워하는 것, 그리고 2차 성징이 지난 남성들에게는 음란한 마음을 품고 자위행위를 하는 것 등이었다. 대학생과 어른들에게는 음주나 십일조를 하지 못하는 것을 대표적인 죄악으로 소개하며 교인들을 정죄하였다.


하지만 고작 이런 죄들 때문에 예수님이 그 고통을 당하시고, 죽으셨다고 생각하면 사실 좀 어이가 없다. 이는 배트맨 시리즈의 역사에서 검열 때문에 조커가 고작 시험을 잘 본 학생들의 시험지나 훔치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힌트는 성경에서 다시 찾을 수 있는 듯하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 25:40)


우리의 가장 큰 죄악은 인간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다 뿐이지, 우리 주위에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산업재해로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한 학기 수업을 듣기 위해 한 학기를 통째로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 알콜중독 아버지에게 시도때도 없이 맞는 자녀들과 어머니.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들은 계속해서 울고 있다. 이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관심을 주지 않고, 방조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죄가 어디에 있을까.


진짜 울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렇게 지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 마음 속에 울고 있는 내가 있어요’ 이 지랄을 하면서, 자기 마음 속만 들여다보기에 바쁘다. 우리들은 애써 지척에 보이는 그들로부터 눈을 돌리고, 아름다운 것, 좋은 것, 재미있는 것만 보고자 하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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