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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야의 유령]을 보고나서 1 2008.04.10
(약간의 스토리가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은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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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개씩 영화를 보지 않으면 "손해"인
[CGV 영화요금팩]이라는 요금제를 사용하는 관계로 이번달에는
밀로스 포만 감독의 [고야의 유령]이라는 영화를 봤다.

밀로스 포만 감독은 많은 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천재와 평범한 노력파, 그리고 신의 대립이 날카롭게 그려진 [아마데우스]의 감독이다.

이번에는 격변기에 스페인에서 살았던 화가 프란체스코 고야를 내세웠다.
(위의 그림은 고야의 본인 자화상이다. 영화에 나오는 배우와 꼭 닮았다)

[아마데우스]에서도 모차르트를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내세웠지만,
사실은 살리에리의 이야기였던 것처럼,
이번 [고야의 유령]에서도 사실 주인공은
고야도 그리고 나오는 두 남녀도 아닌 '역사'이다.

나오는 인물은 대략 이렇다.

돼지고기를 취향때문에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끔찍한 심문을 당하고 그래서
"비밀 유대교도"라는 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어리디 어린 순수한 처녀 이네스.
그리고 이네스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도 그녀를 찾아가 그녀를 겁탈하는 로렌조 신부
시대에 대한 강한 실망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리고 끝까지 이네스를 돕는 화가 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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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회와 종교의 시대.

 영화는 종교재판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대는 스페인 교회와 종교의 시대이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유대교인으로 모는 살벌한 시대이다. 그리고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악한 행위들은 놀랍게도 '주님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영화 중에서 가장 섬뜩했던 장면은 나에게 있어 이 부분이었다.

이네스의 아버지 : "어느 누가 그런 고문을 당하면서 거짓 자백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그런 고문을 당한다면 제가 술탄이라고까지 자백할 것같습니다."

로렌조 신부 : "아니요. 그 사람이 결백하다면 주님께서 그에게 그 심문을 버틸 힘을 주십니다"

 상황을 다 생각하지 말고  그 신부의 말만 보자.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럴 듯한 말이고 같은 맥락으로 사실 나도 자주 쓰는 말이다. 상황이 어두워 보이고 가망이 없어 보이지만 주님이 꼭 힘을 주신다는 말. 고난은 하나님이 내게 주시는 기회이자 오히려 선물이라는 말들.
 문제는 이 신부에게 그 믿음이 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신부가 가지고 있는 믿음은 자신이 스스로 살아낸 믿음이 아닌 '교회에서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믿음' 내지는 '남의 믿음'일 뿐이다. 자신에게서 검증되지 않은 믿음. 예수님이 그 시대에 가장 화를 내셨던 부류의 사람들은 바로 이런 자들이었다. 자신이 할 수 없었던 것을 마치 자신을 할 수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며 이를 남들에게 강요하는 사람들 이었다.

화 있을찐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 (마 23:10)

그런데 지금 너희가 어찌하여 하나님을 시험하여 우리 조상과 우리도 능히 메지 못하던 멍에를 제자들의 목에 두려느냐 (행 15:10)


2. 자유와 인권의 시대.

 그리고 영화 중반 이후 프랑스 혁명 이후의 나폴레옹군이 스페인에 들어오면서 스페인은 이른바 자유와 인권의 시대가 찾아온다. 이 두 단어에서는 우리는 꿈과 희망을 쉽게 느끼지만 이 시기의 고야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살육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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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랑의 시대......인가?

 영화의 승자는 '사랑'인 것같다. 종교재판소에 수감된 지 15년만에 풀려난 이네스는 이미 정신이 나갔지만 자신이 낳자마자 교회에 빼앗긴 딸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누군가 혼란 속에서 잃은 바닥에 떨어진 아이를 보고 이를 잃어버렸던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고 아버지인 신부 로렌조에게 아이를 보이려고 찾아간다. 로렌조는 사실 이네스의 인생을 망친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누명을 써 아무런 소망이 없던 이네스를 같이 '기도'하자면서 유혹하여 몸을 허락하게 만든 사람이 로렌조 신부이다. 그런데 이네스는 15년 후 그를 찾아가 "당신은 내가 아는 단 한 명의 남자"라고 하면서 그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본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결국 로렌조가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처형당한 후 질질 마차에 끌려갈 때, 그 손에 입맞추고 쫒아가는 사람이 이네스이다.
 모성애와 그리고 첫남자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 이 사랑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공감도 되지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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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지막 그림은 역시 영화에서도 나오는 그림이다.
카메라는 아래쪽을 먼저 잡아서 인간들의 전쟁의 참혹함을 먼저 보여준 후
점점 시선을 그림 전체로 잡아간다.
이 모든 일에 배후에 바로 저 거인이 있었다는 듯이......

저 거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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