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9년 7월 28일 끄적거리기. 2009.07.29
  2. 20090221 스키 트립 8 2009.02.26
  3. 20081127 중간결산 2 2008.11.28
  4. Uppsala에서 날라온 교환학생 허가서 3 2008.04.25

1. 
나는 현재 인도의 인포시스라는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인도인들이 이 회사에 처음으로 입사해서 받는 초봉이 
2만 루피, 미화로 400 달러, 그리고 한국 돈으로는 48만원 가량이다.

그리고 겨우 잠깐 일하고 가는 우리 인턴들에게 주어지는 돈은
무료 숙박을 제공하면서 2만 8천 루피. 그리고 공짜 택시 주당 2회 사용권.
그리고 왕복 비행기값에 비자 발급비까지 지원해준다.
 
이렇게라도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물가가 높은 나라의 이른바 "Global Intern"들은 일을 하러 오지 않겠지.
나만 해도 겨우 이것밖에 안 주냐고 불평했던 기억이 나니까.
 
하지만 가끔은 나보다도 적은 돈을 받고 일하는 정식 사원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2. 
오늘은 퇴근을 해서 호텔 로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는 4층을 가는데, 그는 겨우 1층을 갔다. 
(유럽인도 기준으로 Ground Floor가 우리나라 1층 개념이다)

속으로 욕지꺼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리가 부러졌나.
이런 게으른 X 

그러면서 머리 속에 스치는 생각.

1층이나 4층 가는 사람이나

15층, 20층 가는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갑자기 혼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끄러워졌다.

3. 
어제는 한국의 꿈을 꿨고,
그제는 내가 한국을 떴던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을 뜬지 무려 367일째 되는 날이다.

학재, 영남이, 시원이, 그리고 내 동생
이렇게나 많이 와서 내가 뜨는 걸 지켜봐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

스웨덴에서의 교환학생도 사실상 논 것이랑 다름없고
인도에서의 인턴도 또한 사실상 노는 것이니
1년을 쳐 놀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 가면, 그리고 다시 스테이지에 올라가면
나는 잘해낼 수 있을까?

그저 난 외국에서 바람만 잔뜩 들어서 가는걸까..

4. 
나는 화를 거의 내지 못한다.
화를 당연히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사람 앞에서 화를 내 본적이 거의 없다.

그것은 내가 착해서 따위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너무나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감히 다른 이들에게 화를 낼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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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는 스웨덴의 북쪽 지방, Romme Alpin으로 스키를 타러 다녀왔다.
안 그래도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뜨기 전에, 그리고 이 긴 겨울이 지나기 전에
스키를 너무나 타고 싶다고 심하게 마음 속으로 갈망하고 있었는데, 
마침 CAMBIUS에서 스키 트립을 마련해주어서 이 때다 싶어 망설이지도 않고 등록하게 되었다.


주로 같이 놀았던 애들이다.
왼쪽 세 명은 중국애들, 가운데 세 명은 한국사람들, 오른쪽 두 명은 스웨덴애들이다.


스키 장갑을 못 찾아서 저런 털장갑을 가지고 갔었는데,
수없이 넘어지고, 저렇게 눈이 붙고 얼고를 반복하다보니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사실 한국에서도 대학교 3학년이 갓 되기 직전 겨울에
교회 친구들과 함께 대명 비발디 파크에 2박 3일로,
그것도 리프트권은 "고작 하루치"를 끊어서 스키를 타러 갔었었다.

그 때는 스키를 처음 타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배운다고,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피하면서 탄다고 스키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었다.
그저 좋은 친구들이랑 수다 떨었던 것들만 기억이 날 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스키장도 정말 소름이 끼칠만큼 컸다.
인공눈이 아닌 저절로 내린 눈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었고,
좌우에 보이는 숲 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보호해주는 안전망도 없었다.

정말 야생에서 스키를 타는 느낌이었다.
제동이 잘 안되서 마구 내리막길을 질주하면서도,

"와. 내가 이런 곳에서, 유럽에서 스키를 다 타보는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정말로 이런 나라에서 스키를 타봤다는 것은 내 평생의 소중한 기억이 될 것같다.
아니, 이곳에서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해더라도, 
이렇게 즐겁게 스키를 탔다는 기억만 가져가도 충분히 앞으로 한동안 즐거워 할 수 있을 것같다.


이 아래는 보너스 영상.
내가 슬로프를 열심히 구르면서 내려간다는 소리를 들은 스웨덴 친구 하나가,
날 따라오면서 친절하게 내가 구르는 모습을 촬영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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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7 중간결산

from 나에 관하여 2008. 11. 28. 07:33

예기치 않게 컴퓨터 구조 2 수업이 이번주에 한번도 없게 되면서
뭔가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덕분에 운동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책도 읽으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친구에게 오늘 보낸 메일의 일부이다.

이곳에서 내가 느낀 것들.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것들.
네 말대로 모두 너무나 소중하고 귀중한 경험들이야.
안 나왔으면 큰일 났겠다 하고 스스로 느끼고 있고.
이곳에 나와보지 않았더라면 되지도 않는 "서울대"와 "좋은 학점"이라는 허울 속에 갇혀서
내가 얼마나 무능력하고 보잘 것없는 존재인지 모르고 지나갔을 거야.
세계라는 무대 위에서 나는 참 별 볼일 없더라는거지.
그게 나를 힘들게 한다기 보다는 나를 흥분시켜. 신나는 일이야.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값진 경험들. 
정말로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들.
요즘 새록새록 몸에 붙어가는 근육들.
새롭게 발견한 좋은 음반들.
어느새 맛있게 끓일 수 있게 된 된장찌개들.

오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이 나라 스웨덴.
그리고 듣도 보도 못했던 웁살라.
여기에 온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그리 길지 않을 내 인생의 딱 중간점에서
이런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살게 된 것은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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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3일. 우리 집에 도착한 우편물

출국예정일 77일 남았습니다.

잘 다녀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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