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해당되는 글 35건

  1. 토끼굴466 - 유효기간 2009.05.23
  2. 토끼굴463 - 즐거움 2009.05.12
  3. 토끼굴457 - 한국 2009.05.04
  4. 아... 웁살라 - Valborg 축제와 즈음해서 2009.05.02

토끼굴466 - 유효기간

from 토끼굴 2009. 5. 23. 23:53

아 인생은 모르는 일이라지만,

오늘부터 내가 스웨덴 웁살라에서 
새로 만나게 될 사람들은

길어봤자 1개월짜리 관계가 될 확률이 높겠구나.
평생 못 만나겠지? 특히 외국애들은...아마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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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463 - 즐거움

from 토끼굴 2009. 5. 12. 08:04

오늘은 이곳 아는 사람들한테
전화를 돌려봤다.

이곳의 사람들
다들 즐겁게 살아가는 것같다.

누군가는 숙제 제출 기간에 떠나는 여행을 즐기며
누군가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치면서
누군가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 영문학도로서의 보람을 느끼면서
누군가는 클럽에서 서양 여자애들을 만나면서
누군가는 스웨덴의 복지제도를 어떻게 한국에 적용할까 고민하면서
누군가는 시내에서 친구와의 피카를 기다리면서
누군가는 전화를 받지 못할 정도로 바쁘면서

즐기고 있다.

떠나고 싶어 하지도 않고
남은 날들을 세지도 않는다.

이곳은 행복의 땅이지,
아쉬움의 땅이 아닌게지.

그리고 나는
최고의 것들을 다 가졌다가
동시에 잃어버리는 즐거움을 누린다.
어른이 되는 과정을 새긴다.
,

토끼굴457 - 한국

from 토끼굴 2009. 5. 4. 07:58

이제 스웨덴에서 마음이 거의 다 떠났나보다.

그 확연한 증거로

스웨덴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계획보다는
한국에서 할 일들에 대한 약속들과 계획들만
머리 속에서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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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은 스웨덴에서 몇 안되는 큰 축제날 중의 하나이다.
스웨덴말로 Valborg라고 쓰고 발보리 뭐 이런 식으로 읽는데

"아~~ 지긋지긋한 겨울이 드디어 갔구나!!!!!!!!!!!!"

를 기념하는 날이다.

특히 웁살라가 이 축제로 유명하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다른 나라에서까지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웁살라로 찾아오곤 한다.
상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뮌헨의 옥토버 페스트 그런 느낌일라나.
(아침부터 술을 쳐 먹는다는 관점에서)

대개 스케쥴은 이러하다.
아침 일찍 강가에 모여서 샴페인을 따고,
코르크 마개를 강으로 날리며 
살아 남아 봄을 맞을 것을 축하한다.

그리고 나서 10시 쯤.
학생들이 직접 만든 보트로 
이제는 말끔하게 녹아버린 강을
내려오며 쇼를 하는 것을 감상한다.
물 폭탄을 서로 던지기도 하고,
보트 위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그리고 나서는 
강가나 이코노미쿰, 혹은 각 기숙사 근처에서
바베큐 등을 하면서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3시에는 대학 중앙 도서관 카롤리나에서,
졸업생들이 모여서 흰 모자를 던지고
언덕 아래로 뛰어 내려간다.
(올해는 뛰어내려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서는 네이션 클럽 등으로 가서 
즐기다가

밤에 감라 웁살라로 가서 
큰 불을 피운다.

뭐 이런 나름 다양한 행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결국 술을 마시는 거다. 아침부터 말이지.
용변같은 것도 아무데서나 해결하고 아주 도시 전체가 난리가 났었다.
그동안 그렇게나 단정하던 스웨덴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만큼이나 겨울은 길었고 고되었었다.
한국에서 맞이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북구에서의 봄은 눈물나게 반가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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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에게는 다가오는 동안 부담스럽기만 했던 축제였지만,
축제 기간동안 뭔가 회한이 생겨났다.

축제 다음 날, 내가 사는 flogsta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면서
지난학기 교환학생으로 있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잠깐 축제를 즐기기 위해 체코에서 잠시 놀러온거지.

"체코로 돌아간 다음에 가장 그리웠던 게 뭐야?"
"당연히 너네들이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은 이렇게나 징징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막상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만날 스웨덴 이야기 하면서 그리워하겠지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는데,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Flogsta에서 매일 10시마다 학생들이 내지르는 함성소리.
문득 나도 감상에 빠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실실 웃었다.

"아악~~~~~~! 고마워"

5년 내로 한번 유럽에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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