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수강신청했던 것도 아닌
몽골어 수업을 듣다가 때려치우고 겨우겨우 수강신청에 성공한 수업.
겨우 3개월 가량의 시간만큼만 함께 했던 사람들인데,
내가 곧 스웨덴에 간다고 하니까 무려 환송회를 해 주었다.
참 묘한 일이다.
오늘 와준 사람들이 왠지 고마워서 나도 선경이 흉내를 내서
글을 써본다.
현진이
묘한 분위기의 아이이다. 분명히 나보다 훨씬 어린데(05학번)
최근까지도 쉽게 반말을 할 수 없는 포스를 가지고 있었다.
몸무게가 50킬로그램이라는, 그래서 살이 정말로 찌고 싶다고 한다.
사람들이 거의 안 나올 때만 나와주어서 모임을 항상 빛내주고 있다.
아직 깊은 이야기를 별로 나누어보지 못해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어떤 방향을 향해서 사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참 믿음직스러운 아이다.
원표
미안하다. 사진이 이것밖에 나온 게 없었다.
개념을 상실한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나 누나들한테는 정말 깍듯하게 예의바르게 대하는 것이 신기했다.
(하여간 원표의 말을 들을 때에는 이 두가지가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이상에 맞지 않는 자신에 부딪히며 고뇌한다.
영화를 볼때마다 가슴이 뛰고, 내가 꼭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원표.
젊음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아이.
이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내가 참 노친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다음 일 년이 참 기대가 된다.
현주 누나
누나는 나름 친절하게 나한테 가기 전에 한번 보자고 문자를 보냈는데
내가 "애들 모일 것같은데 클럽가서 확인해보세요" 라고 답장을 보냈다고
나름 삐져서 나를 갈구던 누님.
누나라지만 정말로 동안이고, 너무나 밝은 사람이라
오늘만해도 오자마자 분위기가 확 살고 정신이 없었다.
(나도 밝은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누나에 비하면 우울증이었다.ㅋ)
수업시간에도 항상 재미있는 질문을 하고,
항상 넘어갈 듯이 웃었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시집은 정말 잘 갈 것같다.
선경이
이건 뭐 사진이 후덜덜하게 나왔지만 너무나 이쁜 아이다.
수업시간에 제출한 글이나 토론할 때 나타나는 논리적이고 치밀한 모습과 동시에
집에서 케로로를 그리면서 놀고 이렇게 모임이 있을 때마다 설레어 하는 아이.
수업 바깥에서 봤을 때 제일 묘했던 아이가 선경이었던 것같다.
얘를 보면 요즘 기독교를 논증하며, 하나님에 대한 증거를 찾는 상우와 만나게 해주고 싶다.
얘라면 논리적으로 하나님을 잘 전할 수 있을텐데^^
하하하. 책 정말로 잘 읽을께.
상원 교수님
무려 교수님도 오셨는데 사진을 미쳐 남기지 못했다.
일개 한 학생의 환송회에 교수님이 오신다는 것은
공대생인 나에게는 왠지 신기한 느낌이었다.
방학이 되었지만, 밀린 과제에 시달리고 있고,
20대 중반의 우리들이 하는 것과 같은 고민을 하신다는 교수님.
학점을 뿌렸다는 소문에 대해서 당황하시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역시나 나는 사람복은 있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