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인도의 인포시스라는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인도인들이 이 회사에 처음으로 입사해서 받는 초봉이
2만 루피, 미화로 400 달러, 그리고 한국 돈으로는 48만원 가량이다.
그리고 겨우 잠깐 일하고 가는 우리 인턴들에게 주어지는 돈은
무료 숙박을 제공하면서 2만 8천 루피. 그리고 공짜 택시 주당 2회 사용권.
그리고 왕복 비행기값에 비자 발급비까지 지원해준다.
이렇게라도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물가가 높은 나라의 이른바 "Global Intern"들은 일을 하러 오지 않겠지.
나만 해도 겨우 이것밖에 안 주냐고 불평했던 기억이 나니까.
하지만 가끔은 나보다도 적은 돈을 받고 일하는 정식 사원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2.
오늘은 퇴근을 해서 호텔 로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는 4층을 가는데, 그는 겨우 1층을 갔다.
(유럽인도 기준으로 Ground Floor가 우리나라 1층 개념이다)
속으로 욕지꺼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리가 부러졌나.
이런 게으른 X
그러면서 머리 속에 스치는 생각.
1층이나 4층 가는 사람이나
15층, 20층 가는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갑자기 혼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끄러워졌다.
3.
어제는 한국의 꿈을 꿨고,
그제는 내가 한국을 떴던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을 뜬지 무려 367일째 되는 날이다.
학재, 영남이, 시원이, 그리고 내 동생
이렇게나 많이 와서 내가 뜨는 걸 지켜봐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
스웨덴에서의 교환학생도 사실상 논 것이랑 다름없고
인도에서의 인턴도 또한 사실상 노는 것이니
1년을 쳐 놀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 가면, 그리고 다시 스테이지에 올라가면
나는 잘해낼 수 있을까?
그저 난 외국에서 바람만 잔뜩 들어서 가는걸까..
4.
나는 화를 거의 내지 못한다.
화를 당연히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사람 앞에서 화를 내 본적이 거의 없다.
그것은 내가 착해서 따위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너무나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감히 다른 이들에게 화를 낼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