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대한 소고'에 해당되는 글 22건

  1. 북유럽의 하늘 4 2008.11.08
  2. 코펜하겐 여행기 첫번째... 1 2008.11.01
  3. UPPSALA V INTERNATIONELLA GITARRFESTIVAL 6 2008.10.19
  4. 앞으로의 여행 계획 4 2008.09.29
북유럽에 온 이후로부터는
더 이상 땅을 보면서
걷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면서 가더라도
난 하늘을 본다.

너무 이뻐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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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발


그 전날 밤. 지난번 예떼보리 여행 기차(새벽 6시 50분 차)를 놓쳤던 것을 기억하며
아침 8시 50분 비행기를 놓칠 수 없다는 일념 하에 커피를 마시면서 밤을 샜었다. 
그리고는 새벽이 되어서 완전히 힘이 빠져서, 
새벽 4시 50분에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웁살라 중앙역을 향했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비행기에 100ml 이상 액체 반입이 안되는 것을 깜빡하고 
스킨, 로션, 치약, 샴푸 등등을 가지고 갔다가 공항 검색대에서 걸렸다.
그래서 일단 통과에 실패하고 겨우겨우 사물함을 찾아서
아깝게 그 모든 세면도구들을 다 집어넣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에서는 부족한 잠을 채우려 했는데 계속해서 귀가 아팠다.
고도가 바뀔 때마다 귀가 너무 아파서 
어디선가 들은대로 계속해서 침을 삼키기도 하고
입을 벌렸다 닫았다하며 코펜하겐으로 가는 내내 뒤척였다.

여행 출발 하면서의 기억이 단편적으로밖에 나지 않는건
너무나 피곤해서 잠은 못 잤지만 뇌는 계속 잠들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 비 오는 코펜하겐


그나마 스톡홀름에서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어서 맞을 만 했었는데
코펜하겐에서는 정말로 제대로 비가 오고 있었다. 바람도 세게 불어서 상당히 쌀쌀했다.
사진을 한번 찍으려 할 때마다, 정말로 힘들었다.
지도와 여행책자 등등 손에 들고 있는 모든 것들을 팔목에 걸거나 팔 사이에 끼고, 
겨우겨우 카메라 가방에 있는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고 그새 비에 맞아 젖은 렌즈를 닦아주어야만 했다. 
이 때까지는 우산도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비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었다.


먼저는 숙소를 찾아갔다. 코펜하겐 중심가인 Norreport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내가 묶을 유스호스텔인 Sleep-In Green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가장 싸기" 때문이었다.
무려 38명의 남녀가 한 룸에서 샤워실 2개, 화장실 1개를 공유했다. 
처음에는 숙소에 얼마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딴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늦가을 북유럽의 밤은 너무도 길었다. 
코펜하겐에 있었던 시간의 2/3 정도를 이 곳에서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면서 보내게 되었다.

카운터에서 체크인 시간이랑 체크아웃 시간 등등에 대해서 확인을 하고 
12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소리에 비 속으로 다시 나갔다.


코펜하겐의 느낌은 왠지 스톡홀름이랑 비슷했다.
하지만 비가 와서 였을까, 왠지 더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톡홀름은 관광객으로 넘쳐 흐르고, 스톡홀름인들이 주장하듯이 "스칸디나비아의 수도"의 느낌을 주었지만, 
코펜하겐은 실제로 스칸디나비아에서 "제일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사람도 거의 없었고,
스톡홀름에서는 그 흔한 기념품 가게조차도 잘 보이지 않았다.
길들이 딱딱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고, 여행서의 지도까지 왠지 부실해서 
첫날에는 길을 찾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어딘가에 도착해도 현재 위치를 알지 못하니 이 건물이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결국 그냥 보이는 길대로 끌리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바리바리 짐들을 끌어안고


그러다가 시립도서관을 발견했다. 
비는 걷잡을 수 없이 많이 오기 시작해서 우산없이는 견딜 수 없었고
도대체 어디서 우산을 살 수 있을지도 막막했기 때문에 마치 대피하듯이 들어갔다.
여행책을 펴서 현재 위치를 파악하려고 해 보았지만 책에는 거리 이름이 나와 있지 않아 실패했고,
갑자기 몸이 따스해지니까 어젯밤 한숨도 못잤던 피곤이 어느새 몰려와서
책상에 엎드려서 잠들었다. 
대략 2시간 정도 그렇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잠들어버렸다.

3. 우연히 발견한 곳.

잠에서 깨어서는 왠지 부끄러워 져서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나왔다.
다시 비 속을 헤쳐서 반가운 H&M을 찾아서 우산과 목도리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하릴없이 걸었다. 
그러면서 많은 곳을 우연히 발견했다.


웁살라의 상징이 웁살라 대성당과 웁살라 성이듯이
코펜하겐의 상징 그리고 혼은 이 곳 뉘하운에 있다.
새로운 항구라는 뜻의 뉘하운은 안데르센이 살던 곳이라서 더더욱 유명한 곳이었다.


덴마크 왕립 극장. 처음에는 그 웅장함에 시청이나 박물관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높이 36m의 천문 관측소. 
이를 만든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4세가 "내가 만든 최고의 예술작품"이라며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아쉽게도 비로 인한 급격한 체력, 체온 저하로 올라가보지는 못했다. 

 방에는 5시 경에 돌아왔다. 이미 해도 져버렸고, 비도 그칠 줄을 몰라 더 이상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다들 나가서 아무도 없는 숙소에서 씻고 바로 잠들어버렸다.
20 덴마크 크로나 (대략 4500원)를 아끼려고 배게를 대여하지 않았는데 
배게가 없으니 너무나 잠자리가 불편해서 한 열 번이상은 잠에서 깨었던 것같다. 
다음 날 9시에 일어났으니 무려 16시간을 숙소에 쳐박혀 있었던 셈이다.
그래도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아침에 보니 눈이 초롱초롱해서 마음에 들었다.

4. 해.

둘째날에는 무려 해가 떴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해라 너무나 기뻤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밝아지고 유쾌해 졌지만 (그나마)
어렸을 때의 나는 왠지 우울하고 소심한 아이였다.
그래서 소풍 전날에도 차라리 비가 와서 소풍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었다.

이 날의 해는 
어제의 젖은 옷을 입고 숙소를 나섰던 나의 
얼어붙은 마음을 그리고,
코펜하겐에 대한 안좋은 인상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초코렛 한 조각과 바나나 두 개를 사서 들고, 강가로 가 벤치에 앉아서 조촐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강가에는 백조들과 오리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같은 생각을 했겠지만 
나도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가 떠올랐다.

안데르센이 이 강가에서 섞여있는 백조들과 오리들을 보며 아마도 그 동화를 썼었던 거 같아
마음이 왠지 흐뭇해졌다.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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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날에 무려 5시간동안 컴퓨터 네트워크 시험을 봤고
독일 EBS에서 온 서울대생 두 명 영주랑 제승이랑 웁살라 지역, 스톡홀름 지역 한국 교환학생들이
대부분 다 모여서 웁살라 어느 기숙사에서 새벽 3시까지 놀았다.

그리고 오늘은 그 후유증으로 하루종일 졸리고 머리가 아파서 누워 있고 뒹굴다가
저녁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열심으로 나를 챙기는 이딸로와 함께
웁살라에서 하는 기타 페스티벌에 갔다.


무려 티켓이 350 크로나였다. 요즘 고공행진을 계속 하는 한국 환율로 70000원 가량의 돈이다.
뭐 저녁 식사를 주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나 비싸다니~!!!!!!!
내 2주동안 생활비가 200크로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비싼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딸로 어머니가 무료 티켓을 얻어주시는 바람에 상큼하게 공짜로 볼 수 있었다!!
고마워요 ㅠㅠ 한국 한번 오세요...제가 소녀시대 콘서트 티켓을...

덕분에 웁살라 중앙역에서 맨날 지나치기만 하던  콘서트 홀에 처음으로 들어가봤다.


그리고 연주.

정말로 폭풍 간지가 무엇인지가 느껴지는 사진이다. (물론 공연 중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Manuel Barrueco 라는 기타 리스트인데 소개가 무려

internationally recognized as one of the most important guitarists of our time

라고 되어 있다. 다시 한번 이딸로에게 고맙다. ㅠㅠ 너 아니면 내가 언제 이런데 와 보겠냐...ㅠㅠ

저녁 7시 반에 시작해서 1시간 연주, 그리고 30분 휴식, 그리고 1시간 연주 이런 식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매 곡마다 잠깐의 조율을 하고 난 후에 연주를 시작했는데
나의 짧은 기타 지식으로는 저렇게 기타를 잡고 연주하는 것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껏해야 기독교 동아리에서 기타 반주 아니면 락 밴드같은 데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것 등등의
그저 보컬을 위한 배경이 되는 기타 반주(반주라는 말 속에 왠지 배경음악이라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만 들어왔었는데, 기타 연주만으로 청중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저렇게 조용히 앉아서 클래시컬한 곡을 1시간씩이나 계속 연주하는 데 정말 시간 가는지를 몰랐다.
눈을 감고 혹은 그의 손을 바라보고, 가끔은 짧게 탄성을 질러가며 계속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기타를 저렇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여태껏 모르고 살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람이 세 번이나 앙코르를 했다는 것이다.
연주가 끝난 후에 인사를 하고 기타를 가지고 들어가 버렸는데도 사람들이 박수가 그치지를 않앗다.
그러자 그 사람이 다시 나와서 인사를 하고 다른 곡을 연주했다.
그리고 다시 인사를 하고 들어갔는데 역시 또 박수...
그리고 또 다시 나오고.
이것을 세 번정도 반복했고 마지막으로 연주한 다음에는 손사래를 치면서 들어갔다.
나랑 이딸로는 이것보면서 점점 연주하는 곡이 짧아진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이것은 유튜브에서 찾은 이 사람의 연주 장면.



다음 달에 스톡홀름에서 하는 오케스트라에 한번 가자고 사람들을 잔뜩 꼬셔놨는데
그 역시 정말 기대가 된다. (이건 노다메 칸타빌레, 베토벤 바이러스 등의 영향이 크다)

그는 기타로만 말하는 사람이었다.
앙코르의 압박에 시달릴 때 몇 문장을 이야기한 것말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를 알 수 있었다.

나는 무엇으로 말하고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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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월 24일 ~ 10월 27일 Copenhagen 코펜하겐, 덴마크 (3박 4일) with nobody


[북유럽 백야 여행, 이기중 저] 이라는 책을 읽고 급결정한 여행지이다.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동화의 도시라고 설명이 되어 있었지만 나의 관심을 가장 끈 것은
"크리스티아나 자치 지구" 
1971년 덴마크군의 병영 터를 점거한 이상주의자들과 히피들이 만든 자치지구이다. 
오늘날 약 900명이 거주하는 크리스티아나 안에는 자체의 정부체제, 학교가 있고 
카페나 레스토랑과 수공예품의 판매로 나오는 수입으로 재정을 조달한다고 한다.
나라 안에 또 다른 나라인 셈이다.
이곳을 가보기 위해 코펜하겐을 선택했다. 또한 항구도시라는 것도 내 마음을 끌었다. 
원없이 바다를 보고 와야겠다.

2. 11월 24일 ~ 11월 26일 Prague 프라하, 체코 (2박 3일) with 기영.


체코의 수도 프라하. 우리나라에는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로 잘 알려진 도시이다.
사실 이곳의 여행을 계획하게 된 이유는 Milan이라는 한 체코 친구의 영향이 크다.
스웨덴에서 머리를 자르려면 최소한 200크로나 이상을 내야 하는데,
체코에서는 30, 40 크로나면 머리를 자를 수 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요즘 머리가 너무 길어져서 어떻게 처치도 못하고 난감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바로 프라하로의 "이발 여행"을 계획했고, 
라이언에어에서 5 크로나짜리 티켓이 나오는 바람에 (비행기 값이 무려 800원인 셈이다. ㅠㅠ)
망설임없이 질러버렸다.
프라하 간다고 하니까 여기 위험하다고 사람들이 무지하게 겁을 주었고, 그래서 상당히 지금 위축되어 있다.

덧. 이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부터 [프라하의 연인]을 다운받아서 볼 계획이다.

3. 12월 21일 ~ 2009년 1월 5일 Ireland (15박 16일) with 민혜



민혜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장애우들도 돕고 크리스마스도 같이 보낼 생각이다.
어차피 짧은 방학인데, 낮이 5시간밖에 지속안되는 스웨덴이나 
다른 유럽 이상한 곳에 가서 혼자 헤매고 있는 것보다
그리운 ESF 지체와 함께 옛날 이야기, 지금 이야기, 앞으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보내는 게 좋을 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민혜랑 했던 "유럽에서 꼭 만나자"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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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마다, Ryanair니, Sterling이니 저가항공사들을 뒤지다 보니
10월부터는 이렇게 매달 여행을 가게 되었다.
탈린 때의 경험을 살려서 이번부터는 여행을 가서 서두르지 않고 그냥 "있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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