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하여'에 해당되는 글 119건

  1. 못된 버릇 2013.02.09
  2. 명절의 풍경 2013.02.09
  3. 2012년을 결산한다 2013.01.01
  4. 정말로 서른 즈음에 1 2012.03.10

못된 버릇

from 나에 관하여 2013. 2. 9. 00:59

어느 순간 못된 버릇이 생겼다. 사실 어머니의 못된 버릇 중의 하나인 자식들을 남의 자식들과 비교하는 습관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생겨난 버릇이다. 


즉 이런 식이다. 어머니가 나를 다른 아이랑 비교하면, 나는 어머니를 그 아이의 부모랑 비교하는 식이다.


잔인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머니의 버릇을 고쳐 놓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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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풍경

from 나에 관하여 2013. 2. 9. 00:49

나는 명절의 풍경을 싫어한다.


1. 친가에서는 부모님들이 결혼할 때부터, 우리 어머니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배척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어머니의 편을 들어주었어야 할 아버지는 친가 친척들의 편을 들었다고도 들었다. ㅈ도 없는 사람들끼리도 더 없는 사람을 배척한 것이다. 내가 제대로 된 기억을 시작한 나이로부터 한번도 어머니는 명절에 친가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친가의 친척들은 진심인지, 가식적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게 어머니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평생 한번도 그 말을 어머니께 전하지 않았다.


2. 친척들이 둘러 앉아 기쁜 표정으로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놀이를 하는 게 정상적인 친척들의 명절의 풍경일까? 나는 타인들의 명절의 풍경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 정상적인지는 짐작으로밖에 알 수 없다만. 명절에 친척들의 집을 방문하면, 나는 거실보다는 애들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다. 그것이 더 효율적인 시간 활용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에 집에서 쉬는 게, 휴일 이후에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요새 들어, 명절 동안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이 심심치 않게 들어오는데, 그 때는 이를 바득 갈면서 들으란 듯이 "집에 돈이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합니까?"라고 대답하곤 한다. 


3. 아직도 나는 제사라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조상도 없는 불효자식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조상들로부터 무슨 덕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고, 냉정히 말해서, 내 조상들이 조금도 자랑스럽지도 않다. 나를 존재하게 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는 내가 감사할 일은 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이 나를 위해 한 행위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만족을 위해 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굳이 기독교적/합리적인 세계관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내 후손들이 내가 죽은 후에 내 사진 앞에서 밥이나 쳐 먹는 일보다는,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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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결산한다

from 나에 관하여 2013. 1. 1. 10:55

2012년 연말을 결산한다. ‘결산(決算)’이라니. 이런 cliche같은 단어를 쓰다니. 새삼스럽게 부끄럽지만, 그래도 결산은 결산이다. 결산을 하면서, 노트를 꺼내기 보다 오히려 이용규 선교사님이 쓰신 “떠남”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하여 잡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이제 익숙해지고 편해질 때쯤 되면 떠남을 준비하는 삶을 살았다는 선교사님의 글을 보면서, 두 가지가 내 머리 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하나는 한인교회, 다른 하나는 소유(所有)였다.

한인교회

한인교회(韓人敎會)라는 말에는 괜한 울림이 있다. 사실 지금 내가 한국에서 다니고 있는 교회도 사실 한인들만 다니니까 사실은 한인교회이지만, 외국에서의 한인교회는 왠지 나가는 마음가짐까지도 달랐다. 제일 예쁜 옷을 골라 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하고, 심지어 없는 살림에 향수까지 뿌리곤 했었다. 하나님만 의식해야 하는 곳이 교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설교시간에 그리고 광고시간에 바로 어색하게 옆 사람과 인사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망설여 지게 되는 곳이 교회이기도 하다. 교인들이 많아서 서로를 다 알지 못하는 국내 교회와 달리, 한인교회는 차라리 명절날 모여 앉은 친척들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난 그 느낌이 너무나 따스했고, 좋았다.

스웨덴에 있을 때는 나의 미숙했던 인간관계들 때문에, 스위스에 있을 때는 내 자격지심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교회를 나가는 걸 망설여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이 서른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 자신의 초라함을 탓하며, 교회에 나가는 걸 망설였다. 하나님은 분명히 공예배로 나를 부르셨는데, 나는 망설이고, 베개에 머리를 짓이기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버렸다.

2013년에는 다시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고자 한다. 세상의 일과 욕심들, 내 계획들로 공예배를 빠지지 않고자 한다.

의무감이 아니라 주일이 예비된 것에 대한 기쁨으로. 그리고 사람들이 보는 내 외양이 아닌, 하나님이 보시는 내 지난 한 주의 삶을 가지고.

소유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려면, 꼭 필요한 것들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나눠주고, 혹은 버리고 와야만 한다. 내가 생각보다 사치를 누리고 살아왔다는 것을 문득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온갖 하얀 전자제품들을 볼 때가 아니라, 되려 내 책장을 볼 때이다. 꾸준히 정말 오래도 사 모았다는 생각이 드는 나의 책장. 그런데 여행을 갈 때, 그리고 장기간 해외에 나가게 될 때, 나는 이 중에 3~4권밖에는 꺼내 들지 못한다. 그렇기에 가장 소중한 책들만을 고르고 골라야 한다. 쓸데없는 물건을 새로 사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이 때의 이 마음을 계속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또 거처를 옮길 때, 가지고 나가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물건인지. 항상 언제든지 이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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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그 때는 뭔가 항상 열심인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348 병참 중대 내에 성경 공부 모임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하곤 했다.

그 때 내 위로 남아계셨던 진웅이 형께 부탁을 하고,
아래로 현우(형?), 태훈이(형?), 종원이,
이렇게 등등을 모아서 성경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 무한도전에 빠져 있던 시기이기도 하고,
기존의 성경공부 모임에서 탈피하고 싶어서,
단순히 교재를 푸는 모임보다는,
매 주 테마가 있고, 특집인 모임을 준비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이 모임 내에 있는 애들끼리
복불복으로 서로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었는데
나는 그 때 이미 26살 태훈이형이 걸렸다.
(2007년에 26살이었으니 벌써 32이네, 이 형...)

당시에 나에게는 서른이라는 나이는 까마득한,
그저 개그 소재로서의 나이였기 때문에,
나는 그 형한테 김광석씨 앨범을 선물로 줬었다.

나의 장난기 어린 선물에 그 형이 깨알같이 기뻐했었는데,
그 때는 내 선물이 그렇게 좋은 선물인지 몰랐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김광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그토록 꿈꾸던, 그리고 이제는 단순한 현실이 되어버린
유럽 한복판,
혓바늘과 다래끼를 비루한 육체에 달고,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방 안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이 논문이 끝나면, 온천에 가야지 생각한다.

담배는 안 피지만,
담배를 피고 싶다. 

이 몸으로 성인병으로 죽는 것보다
폐암으로 죽는 게.. 뭔가 남자 답다고 느끼는 것은,
아직도 내가 어린애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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