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주 내내 이 만화책에 빠져서 허우적대면서 살았다.
누구는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같다고
"죄"에 가깝게 생각하지만
나에게 만화책은 문체가 좀 더 편한 문학작품일 뿐이다.
위의 사진은 이 만화의 주인공 중의 한 명인 시로가네의 미소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여자의 미소 때문에
이 43권에 달하는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다.
40권이 넘어가서야 이 여자는 처음으로 저렇게 웃는다.
동화책에서나 볼 만한 "공주(혹은 전유성)를 웃겨라"의 이야기같지만,
모든 한 장면, 한 장면은 만화에 나오는 자동인형들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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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인형을 좋아하는 한 중국인 형제(형은 진, 동생은 인)가 있었다.
그들은 더 나은 인형극을 보이기 위해 살아있는 인형을 만들고 싶어했고
결국 체코의 프라하에 와서 유명한 연금술사의 제자로 들어간다.
그러다가 두 사람 모두 프란시느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프란시느는 진을 더 사랑했고, 결국 둘은 결혼을 한다.
하지만 인은 그것을 견딜 수 없었고 프란시느를 납치하여 도망간다.
수년이 지난 후 진이 인을 발견했을 때에
프란시느는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 의해 구금되어 있었고,
프란시느는 결국 스스로 불을 질러 자살한다.
프란시느를 잊지 못한 하지만
프란시느의 사랑을 결국 얻어내지 못한 인은
프란시느의 인형, 살아있는 자동인형을 만들어내지만
그녀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전혀 웃지 못한다.
그리하여 인은 다른 자동인형들을 만들어
프란시느를 구금했던
마을의 사람들을 처참하게 죽이는 복수를 하기도 하고
"남을 웃기지 못하면 죽는 병"인 조나하병을 만들어서
다른 이들로 하여금 프란시느를 웃게 만들려고도 하지만
여전히 프란시느 인형은 웃지 않았다.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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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길이의 만화책인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우주 최강이라던 프리더를 죽인 후에도
질질끌면서 셀과 마인부우가 등장했던 것과는 다른.
마치 첫 권의 첫 스케치를 하기 전부터
모든 이야기가 작가의 머리 속에서 구성되어 있었던 것같은 완벽함.
나같이 한가한 사람은
꼭 시간을 내서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만화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두근거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이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익숙한 모습.
내 아이디.
피에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