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에 해당되는 글 427건

  1. 토끼굴505 - 다신 2009.09.01
  2. 토끼굴504 - 확신 2009.08.28
  3. 토끼굴503 - 이해 2009.08.25
  4. 토끼굴502 - 후회 2009.08.24

토끼굴505 - 다신

from 토끼굴 2009. 9. 1. 23:14

세상에 있는 것 중에서
내가 가장 가지기 힘든 것은 

내가 예전에 한번 가져봤었고 
그리고 또
내가 예전에 한번 버려봤던 것들일 것이다.

다시 가지기에는
그 때에 비해
너무 비싸고
다시 가져도
처음에 가졌던 것만큼
기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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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504 - 확신

from 토끼굴 2009. 8. 28. 02:34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가 확신하는 몇 가지 중에 하나는
나는 쓸모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분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할 때마다 눈물이 흘렀지만
나는 태생적으로 쓸모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도 쓸모없다.

그래서 나는 
가슴이 닳아버리도록
움직이고 일할 수밖에 없다.

나는 쓸모없다.
슬퍼할 일이 아니라
덤덤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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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503 - 이해

from 토끼굴 2009. 8. 25. 02:30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는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 황지후 시인의 [뼈 아픈 후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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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을 다시 보고 있다.
이국 인도에서의 마지막 주를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지낸다니 참으로 얄궃은 일이지만,

옛날에 보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지오가 준영이랑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거.
지오가 준영에게 그렇게 못 되게 굴었던 거.

처음 볼 때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내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도 그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겠지

사랑하고 헤어지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 
그리고 이해할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가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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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502 - 후회

from 토끼굴 2009. 8. 24. 02:36

빈, 베토벤의 무덤.


세상에는 두 가지 후회가 있다고 한다.

해 본 것을 후회하는 것.
그리고 
해 보지 않는 것을 후회하는 것.

해 본 사람은 후회가 길지 않다.
하지만 해 보지 않은 사람의 후회는 길게 간다.

해보자. 내가 하고 싶은대로. 그리고 후회하자.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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