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는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 황지후 시인의 [뼈 아픈 후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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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을 다시 보고 있다.
이국 인도에서의 마지막 주를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지낸다니 참으로 얄궃은 일이지만,
옛날에 보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지오가 준영이랑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거.
지오가 준영에게 그렇게 못 되게 굴었던 거.
처음 볼 때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내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도 그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겠지
사랑하고 헤어지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
그리고 이해할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가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