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에 해당되는 글 427건

  1. 토끼굴513 - 소원 2009.09.17
  2. 토끼굴512 - 상처 2009.09.17
  3. 토끼굴511 - 흉터 2 2009.09.14
  4. 토끼굴510 - 내 순정에 다쳤을 첫사랑 그대에게 2009.09.11

토끼굴513 - 소원

from 토끼굴 2009. 9. 17. 23:51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의 손을 들어 생명 나무 열매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하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에덴 동산에서 그를 내보내어... (창 3:22-23일부)

사실상 이 때부터 지상은 지옥이 되었다.

인과율의 1법칙. 지옥에서 인간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 말이 바로 지옥을 세우는 최초의 말이었으며 지옥의 존재이유다. 
....
지옥에서 인간이 왜 죽지 못하고 계속 강제 노역을 해야 하는지 아나?
간단해. 죽는 게 그들의 소원이기 때문이지.

- 말콤박사, 불멸의 게이머 중에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같은 것은 잘 믿지 않는다.
오히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옥에 있는 인간은 불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는 일이 좌절되는 것만큼 확실한 불행도 없다.

이 불행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약속된 것이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난 딱히 지옥이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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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512 - 상처

from 토끼굴 2009. 9. 17. 23:42

왜, 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더 상대를 사랑하는 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을까?

- 준영, 그들이 사는 세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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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내가 널 더 사랑하는 순간
완전히 약자가 되어버린 나는
상처를 피할 수가 없다.

왠간해선 상처를 받지 않게 된 난 내 스스로가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보다는 상처를 받지 않는 곳에 나를 두는 것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마음의 한 조각도 위험지대에 가지 않았다.
물 한 방울이라도 내 몸에 닿으면 소스라치며 등을 돌렸다.
모든 이를 권태와 무심으로 대하면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최소한 상처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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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511 - 흉터

from 토끼굴 2009. 9. 14. 00:11


우리는 무엇인가를 절실히 원하기 때문에 상처받는다.

                                       - 정신과 전문의 김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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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피비린내가 나는 것같은 흉터들을 본다.

그 흉터들은 차라리 나에게 큰 희망이다.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했던 
남들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그 큰 고통,
지금도 가슴에 선명히 남은 흉터를 만들어낸
그 상처를 이기고

아직도 난 오롯히 숨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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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순정에 다쳤을 첫사랑 그대에게
...
순간 이 글을 쓰며 겁이 난다.
나만큼 설레지 않고 
나만큼 애타하지 않고
나만큼 절절하지 않은 그대에게
나는 늘 이런 식으로 상처를 주었다.
...
나는 이렇게 너보다 더 순정이 있다.
그런데 너는 나를 버렸다.
그렇다면 무참히 무너져주겠다.

-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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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된 사람이었던 것같다.
노희경 작가의 젊었을 때의 모습처럼
나의 어린 시절 역시도 순정에 미쳐있었다.

그래서

너를 만날 때 난 너를 버렸고
너와 헤어져 있을 때만 너를 찾았었다.

그런 주제에 나에게 
순정은 다른 어떤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선이었다.
변하지 않는 마음... 순정.
이렇게나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가치로 나를 포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를 상처주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까지나 순정을 지키면서 살아가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살아갈 수 있는지.

순정 속에서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며 부서지는지 보여주면서
너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혹 네가 ‘미안함’ 때문이라도 다시 돌아오길 바랬다.
다시 돌아온 이후의 일은 사실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그냥 순정에 애타하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다였다.

너는 전혀 상대해주지 않았고
그것은 미친 짐승을 상대할 때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어린 나이에 그것을 알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너에게 사과하고자 한다.
네가 아니었더라도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으면
너처럼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의 나는 그게 진심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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