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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0301 아픈 사람 1 2010.03.01
  2. 졸업을 앞두며 2010.02.23
  3. 30세에 의대에 들어가기. 2 2010.02.03
  4. 어른이 된다는 것. 1 2010.01.27

100301 아픈 사람

from 나에 관하여 2010. 3. 1. 23:07

[그레이 아나토미]를 통해 심각하게 아픈 사람들을 매일 보다보니
나도 어딘가 대단하게 아픈 사람이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네 멋대로 해라]의 고복수처럼,
[반항하지마]의 영길처럼
나도 내 머리 속에 폭탄을 달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뭔가 판단력이 떨어지거나
덜 떨어진 상태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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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두며

from 나에 관하여 2010. 2. 23. 01:22

장작을 패다가
                    - 정호승

장작을 패다가
도끼로 발등을 찍어 버렸다
피가 솟고
시퍼렇게 발등이 부어올랐으나
울지는 않았다
다만
도끼를 내려놓으면서
가을을 내려놓고
내 사랑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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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6일부로 나는 드디어 대학을 졸업한다.

들어올 때도 나는 매우 불쾌한 상태였었다.
수업이 없다는 말을 듣고 학교 입학식에도 가지 않았고,
학교에는 최소한의 시간만 있으려고 노력했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대학 합격은 또다른 출발선에 불과했다.

졸업하러 나가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불쾌하다.

졸업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는 고맙지만
도대체 내가 어떤 축하받을 만한 일을 해냈는지 모르겠다.
졸업은 누구나 하는 거고,
내가 특별히 최우등이나 수석으로 졸업하는 것도 아니다.

평범하게 학교에 다녀서
평범하게 졸업하고
평균 이하의 실력으로.

이 지경으로 졸업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마땅하지
졸업하는 것을 동네방네 알리고 다닐 형편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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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인 연합 홈페이지 진학 게시판에 펌질해 온 글이다.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expo&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it&desc=desc&no=2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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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30세이신 분이 저와같은 길을 가려고 한다면 절대 반댑니다.

지금 30세라면 의학대학원 가신다고 해도 준비 2년 + 대학원 5년 + alpha, 의사 자격증 따는데도 최소 7년후, 37셉니다. (왜 4년이 아니라 5년이라구요 ? 지금 의대생 평균 재학 기간이 7.3년입니다. 저희학번중 6년만에 졸업한 친구는 딱 절반입니다. 최소한 1.3년은 유급한다는 말이죠. 20대 초반 머리잘돌아가는 친구들하고 경쟁해서 유급 안당하고 진급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입니다).

여기서 대학다닐 동안의 공부는 빼겠습니다. 사실 의대공부 자체도 힘들지만 더 힘든건 내부의 살인적인 경쟁입니다. 이건 타대학 다니신 분들은 절대 이해를 못하시는데, 고3보다 더합니다. 대개 한학기가 끝나면 대학 계시판에 1등부터 꼴찌까지 실명으로 공개됩니다. 명단에 없으면 한 학년 더 다녀야 됩니다.... 다들 중고등학교때 1,2등 했던 사람들이 이런식으로 성적 공개하고, 또 학교때 성적이 평생 가기때문에 내부적으로 피튀기는 경쟁이 있습니다. 한 학년에 누가 1등이고 누가 꼴찐지, 누가 어느정도 성적인지 다들 잘 알고, 경쟁합니다. 나이드신 학생들은 이 경쟁이 제일 힘들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37세로 졸업하시면 현실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데, 누가 받아줍니까 ?

지금 2003년 현재 전문의 없는 일반의 개업은 현실적으로 시골 면단위에서만이  가능합니다. 7년 뒤라면 면단위라도 산간오지가 아니면 일반의 개업이 불가능할겁니다.

어떻게 어떻게 시골 작은병원에서 인턴은 한다고 합시다. 그럼 전문의는 ?

억울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의학교육은 중세부터 내려오는 도재제도를 따릅니다. 나자신 내가 가르치는 레지던트로 30대 후반이 온다면 안받습니다. 가르치려면 야단도 치고 싫은 소리도하고, 하기싫어하는 거 억지로 시키기도 하고 해야 하는데, 저보다 한참 나이많은 사람보고 그렇게 하면 결국 뒤끝이 안좋습니다. 그런다고 대충 가르치면 환자들이 피해보기 때문에 대충도 못합니다.

어떻게 어렵게 가정의라도 따신다고 합시다. 그때 나이 42셉니다. 42세에 겨우 수입이 생깁니다.

그리고, 다들 의사는 정년이 없다고 잘못알고 계시는데, 엄연하게 존재합니다.

우선, 대학 병원 교수나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3차병원이 아닌 보통의 종합병원 과장은 40 넘으면 힘듭니다. 어떻게 버틴다 해도 45세면 나가야 합니다. 이유는 우선 체력이 안됩니다. 40 넘으면 응급실 콜, 중환자실 중환자 보기가 힘에 겹습니다. 응급콜과 중환자실 콜 받으려면 자다가도 전화 한통에 벌떡벌떡 일어나 나가야 하는데 이것이 해가갈수록 힘듭니다. 마음은 일어나는데 몸이 안일어나지고... 또 중환때문에 밤이라도 샐라치면 다음날이 너무 힘든것을 느끼죠.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체력이 달려보이고 연봉많은 40 넘은 과장보다는 갓 전문의 딴 팔팔한 30대 중반을 더 선호하는건 인지상정이고, 결국 눈치에 쫒겨 개원하게 됩니다. (지금 일시적으로 종합병원 의사 모자란다고 하는데, 올해 전문의 배출되면 전부 해결됩니다.) 저도 지금 연봉으로 5년 이상 이 병원에서 근무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원의의 정년은 대개 55세로 봅니다 . 선배들 경험으로는 대개 50대가 넘어가면 환자수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요즘 환자들은 너무 젊은 의사도 신뢰를 하지 않지만 머리 희끗해진 의사도 꺼립니다. 최근 가정의학횐가 하는데서 조사를 했는데, 55세가 손익분기점이라고 합니다.  이 나이를 넘으면 그동안 벌어놨던 것을 까먹으면서 병원은 소일삼아 유지만 하는 꼴이 됩니다.

하여튼, 42세로 전문의를 딴다면 종합병원 취직은 어렵습니다. 천상 개원해야 하는데, 종합병원 경험이 없이 개원한다는것도 큰 핸디캡이고.. 또 어떻게 잘된다고 해도 버는건 약 15년 미만,  아무리 잘벌어도 (30대에 의대가서 돈잘버는 미용과 할 수 있다고 설마 생각하시지는 않으시겠죠 ? 현실적으로 이런분들은 가정의학과 아니면 전문의 못땁니다) 비보험과가 아닌 이상 엄연한 한계가 있으므로, 젊은날 죽도록 공부하고 일해서 결국 집장만 하고 애들 공부시키기에도 빠듯할겁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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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하고 있는 컴퓨터공학 대학원 석사를 취득하고 의전에 간다고 했을 때 나는 30대 후반이나 되서야 전문의가 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공부만 해야 한다.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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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

from 나에 관하여 2010. 1. 27. 22:27

나는 어른이 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간섭을 받지 않고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와는 달리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야만 하는 일들이었다.

차라리 내가 어린 아이였다면,

예상치 못했던 수술비에 당황하거나 화를 내지도 않았을 것이고,
수술을 받고 침대에 누워서 밑줄까지 쳐가며 책을 읽지도 않았을 것이고,
수술을 받고 다음날 아침에 도망치듯 퇴원을 하지도 않고 일주일은 집에서 푹 쉬었을 것이다.
몸살이 날 정도로 내게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연구실 엠티에 '자발적으로' 따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고통들이, 그리고 괴로움들이 내가 어른이기 때문에 그렇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 댓가로 무엇인가를 잃어버려야 한다.

내가 '어른의 자유'라는 허상을 위해서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다 셀 수조차 없다.
하지만 '어른의 자유'는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게 주어진다.

'원치 않는 선물'... 

Unpleasant g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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