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나는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시험공부”에 있어서 더욱 그러했는데, 시험들이 매일 연달아 있으면, 오래전부터 가장 앞에 있는 시험공부를 하느라, 그 나머지 시험들 공부를 결국 당일치기로 하곤 하였다. 그러다 보면, 첫 시험을 딱 보고 나왔을 때의 기분에 따라 나머지 시험공부들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멘붕상태에서 공부가 효율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험공부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해도해도 끝이 없다. 중고등학교 때야, 텍스트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공부가 금방 끝나지만(…), 대학교 이상의 공부에서 텍스트는 끝도 없다. 중고등학교 문제집에서 등장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들이라고 해도 공부를 하면 풀 수 있지만, 대학교 논문들이 풀고자 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들은 심지어 해답을 봐도 이해할 수가 없고, 문제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선에서 포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 전에는 모든 토끼를 잡을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토끼는 커녕 한 마리 토끼도 잡기 벅차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러는 동안에도 더욱 더 빨라진 토끼들은 전방향으로 뛰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