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에 해당되는 글 427건

  1. 토끼굴603 - 단절 2011.01.10
  2. 토끼굴602 - 조교짓 2010.12.08
  3. 토끼굴601 - 소통 2010.12.08
  4. 토끼굴600 - job 2010.12.05

토끼굴603 - 단절

from 토끼굴 2011. 1. 10. 22:55

내가 교사로 섬기고 있던 우리 교회 중고등부 예배당인 비전홀은
전파가 잘 잡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내 넥서스원은 잡히지 않는 전파를 잡으려고 의미없는 발열을 하다가 
반나절이 못 가 배터리를 다 소모하고 오링이 나 버린다. 
추가배터리를 갈아끼워 보아도 
애초의 정품보다 용량이 적은 이 놈은 더 빨리 닳아 없어진다.

그 때 그 순간부터 였을 것이다. 

하나님으로부터 강하게 뒷통수를 맞으면서부터 
내가 가졌던 모든 것들을 빼앗기면서부터

나는 하나님과의 통신이 끊겼다.

비전홀은 나의 또다른 모습이다.
예배당이기에 하나님과 가장 가까운 곳이지만,
그 곳에서 나는 오히려 닳아 없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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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602 - 조교짓

from 토끼굴 2010. 12. 8. 21:48

지도교수님이 학부에서 수업을 하시는 관계로
석사 중에서 그 수업을 들은 사람들 중에 가장 짬이 모자란 내가 조교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조교에 대한 막연한 환상같은 것이 있었다.

학부생들이랑 어울리기도 하고, 
가끔 교수님이 안 계실 때 수업을 하기도 하고,
실습에 들어가서 같이 노는... 뭐 그런 거...?

하지만 실제 조교로서의 나의 역할은 그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나는 그저 채점하는 기계일 뿐이었다.

학부생들과의 소통은 학부생들이 클레임을 하러 왔을 때 그 잠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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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601 - 소통

from 토끼굴 2010. 12. 8. 21:42

소통. 커뮤니케이션.

그리운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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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600 - job

from 토끼굴 2010. 12. 5. 03:34

나는 고3 때 단 한번도 밤을 새본 적이 없다.

잠을 덜 자서 공부를 더 하는 것보다, 
잠을 제대로 자서 그동안 공부를 한 것을 제대로 소화하는 게 낫다는 말 때문이 아니라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능이라는 확실한 deadline이 있었고, 시간은 분명히 충분해보였다.
잠까지 자지 않으면서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 대학원생이 되고 나서,
50번 이상의 밤 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수능과 같이 reasonable한 deadline이 있는 job을 하는 것도 아니고,
중고등학교 중간고사/기말고사와 같이 light한 job을 하는 것도 아니게 되었다.
early deadline을 가진 heavy job들이 concurrent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slack time은 모조리 일 하는데 들일 수밖에 없다.
(컴공스러운 용어 남발 ㅋㅋ)

공부를 잘 하면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사실은 공부를 더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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