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에 해당되는 글 427건

  1. 토끼굴636 - 이방인 2011.12.21
  2. 토끼굴635 - 서늘함 2011.12.14
  3. 토끼굴634 - 다시 후회 2011.11.26
  4. 토끼굴633 - 직업 2011.11.25

토끼굴636 - 이방인

from 토끼굴 2011. 12. 21. 04:08

오늘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이다.

오늘 이곳 한인들끼리의 크리스마스 맞이 저녁식사가 있었는데, 
왠지 내키지 않아 나는 가지 않았다. 

묘하게도 에테하에는 교환학생이 없고, 대부분 석사나 박사, 그리고 포닥들이 많다.
나처럼 잠깐 왔다 가는 사람 대신 대부분 한동안 살 생각으로 온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들의 마인드와 나의 마인드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에는 한국에 돌아가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언어와 관심사는 나의 그것들과 크게 다르다.

나는 1년동안 쓸 수 있는 패스를 사는데 망설이고,
크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사는데 거리낌이 있다.

한번의 교환학생 생활을 해 보았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한국에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곳 학생들이 받는 혜택들도 나에게는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일례로 학생식당에서도 나는 일반 학생들의 가격으로 먹을 수 없고, 스탭 가격으로 먹어야하고,
그 외의 이곳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의 많은 부분이 제한되어 있다.
손님이고,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내 파견의 공식 명칭은 "Academic Visit"이다. 
그런 만큼 다른 짓, 힘빠지는 짓하지 않고,
연구에만 집중하여, 많이 배우고, 넓은 세상을 보고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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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635 - 서늘함

from 토끼굴 2011. 12. 14. 04:12


삐뚤어지게 붙여놓은 가족사진
방황하게 되는 건 집이 없어서
혹은 갈 길이 없어서일까
갈 곳은 많아도
그 어디에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일까

I need an airbag
다가오는 거대한 슬픔에 부딪히기 전에
I need an airbag
피하기엔 너무 늦었어

문득 외롭다고.

지난 금요일 밤에 스위스에 도착하여 어느새 토,일,월,화의 네 밤을 지냈을 뿐인데.
문득 뼈까지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일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를 거닐 때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골목으로 들어가 지나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길을 지나갈 때,
저 멀리에 사람들이 둘, 셋씩 짝을 지어 지나가는 것이 보일 때,
지나치는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보일 때,
갑자기 뼛 속까지 시린 서늘함이 느껴졌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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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634 - 다시 후회

from 토끼굴 2011. 11. 26. 20:36


나이가 들수록
후회는 사라지지 않고,
더욱 더 무거워져만 간다.

마치 도서관에서 빌린 커피가 엎지러진 책처럼,
발을 헛디뎌서 찢어지고 더러워져 버린 바지처럼,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들려지지 않을 사람들.

어른들은 그 평생의 후회의 무게를 지고
어떻게 살아가는 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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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633 - 직업

from 토끼굴 2011. 11. 25. 01:22


내 아이가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되기를 바란다면 아이를 법정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아이는 법정에서의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그와 같이 되기를 꿈꾸게 될 것이다.

교사가 되기를 꿈꾸는 상당히 많은 청소년들이 있는 것은, 그들이 상당히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학교이며,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 직업군이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모를 가지고 있는 자녀들은 유리한 것이, 부모의 인맥을 통하여서 자신이 접할 수 있는 직업군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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